장희준기자
현대자동차가 토종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딥엑스와 손잡고 내년에 산업용 AI 로봇을 양산한다. 현대차그룹 현대차로보틱스랩을 통해 서비스용 로봇을 개발한 데 이어 산업용으로 로봇 양산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로봇 파운드리 등을 구축하는 데 5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로봇용 AI 플랫폼을 본격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로봇·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로보틱스랩은 내년 공장 자동화 기능을 갖춘 산업용 로봇을 양산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형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비전 AI 기반의 자율이동로봇(AMR)이나 스마트팩토리 구현에 활용되는 AI 검사·모니터링 로봇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는 토종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업 딥엑스의 신경망처리장치(NPU) M1이 탑재된다.
현대차로보틱스랩과 딥엑스의 협력이 본격화한 건 2023년이다. 통상 AI 로봇을 개발하는 과정에선 범용 연산 성능이 뛰어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채택되지만, 전력 소모와 발열 문제로 설계 부담이 크다는 문제가 뒤따른다. 특히 공장 자동화나 이동형 로봇처럼 24시간 가동이 요구되는 환경에선 소비 전력과 열 관리가 핵심 변수다. 현대차로보틱스랩은 이런 제약을 돌파할 대안을 모색했고 초저전력 및 온디바이스 AI 등에 특화된 딥엑스의 M1 칩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협력이 이뤄졌다. 그 첫 번째 성과가 이달 초 공개한 서비스용 로봇 '달이 딜리버리(DAL-e Delivery)'다.
산업용 로봇 양산은 M1 칩의 활용 범위가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양한 AI 모델 검증에 확대 적용된다는 것이다. M1은 GPU보다 저렴하면서도 전력 효율이 높다는 평가다.
양사가 공동 개발해온 차세대 온디바이스 AI 제어기는 M1 기반에 광각·협각 듀얼 이미지신호프로세서(ISP) 카메라와 비전 AI 기술을 통합했다. 현재 기술검증(PoC) 단계에 돌입했으며 로봇용 제어 플랫폼에서 M1 적용을 확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하 등 통신이 불안정한 환경에서도 네트워크 연결에 의존하지 않고 작동 가능한 만큼 AI 로봇 상용화에 적합한 구조로 평가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50조원 이상을 로보틱스 분야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피지컬 AI 기술을 기반으로 완전 자동화된 무인 공정, 이른바 '다크 팩토리'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딥엑스의 칩이 삼성전자를 통해 생산되고 있다는 점도 국내 생태계 확장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M1은 파운드리 5㎚(1㎚=10억분의 1m) 공정, 차세대 M2는 2㎚ 공정에서 양산된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온디바이스 AI 반도체를 기반으로 로봇 양산 체계를 확장해 나간다는 점을 로봇 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가속하는 신호로 보고 있다. 과거 하드웨어 중심의 로봇 산업이 AI 기반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국내에서 자체 구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자체적인 로봇 양산 역량을 갖춘 기업은 중국 외엔 사실상 테슬라 정도"라며 "현대차그룹이 엔비디아와의 협력에 이어 피지컬 AI 분야에서 기술력을 쌓은 딥엑스와 손잡고 로봇 양산을 확대하는 건 국내 산업적으로 상당한 파급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 측은 "현재로선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