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환기자
서울시의 남산 곤돌라 사업 재개 여부가 19일 법원에서 결정된다. 케이블카 운영사의 소송 제기로 공사는 1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시는 승소 가능성이 높지만 패소하더라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남산 곤돌라 공사는 하부 승차장이 들어설 이회영기념관의 철거가 시작된 후 멈췄다. 공정률 15% 수준으로, 해외에서 들어올 캐빈 외 궤도설비 구조물 부품들의 운송도 중단됐다.
서울시의 남산 곤돌라 사업 세부 내용. 서울시
남산 곤돌라의 당초 운영 목표는 내년 2월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60년 넘게 이어진 남산 케이블카 독점 구조를 해소하고 일대를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했다. 시간당 2000명을 수송할 수 있는 10인승 캐빈 25대를 운영해 휠체어, 유모차 이용객도 남산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맞춰 서울시는 지난해 7월 시공사를 선정했고 케빈 제작사를 찾았다. 곤돌라 운영 과정에서의 수익을 공공에 사용하기 위한 조례 개정도 마쳤다. 남산곤돌라인수단(TF)을 꾸려 곤돌라 매·검표와 예약 등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및 사업 운영을 위한 조직·인력 규모 검토도 착수했다.
그러나 같은해 8월 말 케이블카 운영사인 한국삭도공업 측의 소송으로 사업은 무기한 중단됐다. 한국삭도공업은 서울시가 곤돌라 관련 설비를 설치하기 위해 해당 지역의 용도를 변경한 도시관리계획 결정이 잘못됐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진 집행정지 신청에 법원은 도시관리계획 결정 효력을 정지시켰다.
19일 선고의 핵심은 서울시가 곤돌라 설치를 위해 기존 도시자연공원구역을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변경한 게 적법했는지다. 시는 남산에 높이 30m 이상 중간 지주(철근 기둥)를 설치하기 위해 곤돌라 사업 부지의 용도구역을 변경했다. 한국삭도공업은 시의 처분이 공원녹지법상 도시자연공원구역 해제 기준을 지키지 않아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승소 즉시 공사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패소 가능성은 낮은 상황으로, 법원 판결 후 하부 승차장 철거를 진행하면서 본 공사를 위한 설비 작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패소하더라도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높이 제한을 완화한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을 활용해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회에서 먼저 시행령 개정에 나섰고 입법예고는 끝났다. 현재 법제처 심사를 앞두고 있으며 국무회의에서 최종 공표된다.
한강버스나 종묘 개발과 달리 정치권 이슈로 확전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 남산 케이블카의 독점 문제를 지적했고 대통령실은 사태 파악에 나섰다. 이달 초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남산 케이블카 서비스 품질에 대한 시민의 불만은 1961년의 특혜성 사업 면허가 60년 넘게 유지된 구조에 있다"고 직격했다.
실제 한국삭도공업은 1961년 정부로부터 국내 최초 삭도(索道·케이블카) 사업 허가를 받고 이듬해부터 남산 케이블카를 운영해왔다. 한국삭도공업이 정부에 국유지 사용료로 지불하는 금액은 연간 1억원대에 그친다. 반면 지난해 한국삭도공업은 9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국회와 대통령실이 나서 남산 케이블카 사업의 '독점 구조'를 문제 삼고 있는 만큼 추가 체재도 기대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궤도운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여기에는 궤도사업 허가 유효기간을 20년 이내 범위에서 정하도록 하고 그 기간이 끝나면 재허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한국삭도공업은 재허가 심사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가 새로 선정한 곤돌라 운영 시점은 2027년 3월이다. 이달 초 남산 활성화 계획을 발표하며 전망대에 360도 전망대 설치하는 방안과 야간 조명, 미디어월을 갖춘 순환형 둘레공간 조성을 추가로 내놨다. 김창규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곤돌라는 남산으로 향하는 교통수단 확충을 넘어 생태계를 보전하고 남산을 시민에게 온전히 돌려줄 수 있는 해법"이라며 정부와 국회 등의 추가 협력을 당부했다.
서울시의 남산 곤돌라 사업 위치도.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