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동결자산 처리 문제 '시끌'…EU 활용 계획에 벨기에 소송 '날벼락'

동결된 러시아 해외자산 약 364조원
88% 이상이 벨기에 유로클리어에 예탁
EU, 우크라이나 지원에 동결 자산 활용 계획
러, 유로클리어 상대로 소송 제기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러시아 연방 중앙은행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중앙은행이 벨기에 중앙예탁기관 유로클리어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연합(EU)이 유로클리어에 동결돼있는 러시아의 해외자산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쓰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유로클리어에 압력을 가한 것이다. 벨기에 정부를 비롯한 일부 EU 국가들은 러시아의 보복조치를 우려하며 EU의 러시아 동결자금 활용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각국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EU의 러시아 동결자산 활용은 쉽게 합의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러, 벨기에 유로클리어에 소송…동결자금 우크라 지원 계획 제동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세계 최대 국제예탁결제기관(ICSD) 유로클리어 본사건물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벨기에 유로클리어를 상대로 모스크바 중재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유로클리어에 청구한 금액은 18조2000억루블(약 340조원)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EU가 러시아 동의없이 자산을 직·간접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공식 검토한다는 점을 고려해 예탁기관인 유로클리어에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소송은 유로클리어에 예탁된 러시아 동결자산을 EU가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유럽 내 동결된 러시아 해외자산은 2100억유로(약 364조원) 규모인데 이중 88% 이상인 1850억유로(약 321조원)가 유로클리어에 예탁돼있다. EU는 이 자금을 담보로 우크라이나에 900억유로(약 165조원) 규모 대출 지원을 계획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 11일 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무기한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EU는 유로클리어에 예탁된 러시아 자금의 법적 소유권을 러시아로부터 박탈하진 않는 대신 해당 자금을 우크라이나에 대출해주려한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쟁배상금 지불을 거부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대출을 상환하지 않아도 되는 조항도 검토되고 있어 러시아가 더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러 동결자산 처분 놓고 이견 심화…"위험을 벨기에에 떠넘기는 안은 반대"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동결자산 처분안을 둘러싸고 EU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벨기에 정부를 비롯해 일부 EU 회원국들이 러시아의 보복 조치를 우려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대(對)러 제재가 해제된 이후 러시아가 유로클리어에 예탁됐던 자금을 모두 회수하려할 경우, 전액 상환해야 할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BBC에 따르면 유로클리어는 1968년 세워진 세계 최대 규모 국제증권예탁결제기관(ICSD)로 약 90개국의 국경 간 결제서비스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의 외화자산 대부분은 옛 소련 시절부터 유로클리어에 예탁돼왔다. BBC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후 대러 제재가 해제되면 러시아의 예탁자금 회수 요청에 유로클리어도 응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며 "러시아가 전체 자금의 일시 회수에 나선다면 자금 규모가 큰 만큼 경제적인 파장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막심 프레보 벨기에 외무장관도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EU의 러시아 동결자산 활용방안은 우리의 우려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며 "돈은 EU에서 쓰면서 위험은 우리한테만 떠넘기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바르트 더 베버르 벨기에 총리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러시아 동결자산 활용에 반대하는 서한을 제출했다.

벨기에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와 몰타, 불가리아, 체코 등 일부 EU 회원국들도 러시아의 보복 및 휴전 협상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이유로 동결자산 활용에 반대입장을 내놓고 있다. 폴리티코는 "벨기에를 비롯해 일부 국가들은 EU에서 공동으로 채권을 발행해 우크라이나에 대출해주는 재정지원 방식이 더 안전하다고 보고 있다"며 "러시아 동결자산 처분 문제는 단기간 합의가 어려울 전망"이라고 전했다.

기획취재부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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