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기자
"K뷰티는 앞으로 50년은 충분히 갈 수 있다. 다만 최대 경쟁국인 프랑스를 넘기 위해서는 가성비를 넘어선 프리미엄 이미지가 필요하다."
이경수 코스맥스그룹 회장이 서울대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학생들의 질무에 답을 하고 있다. 코스맥스 제공.
코스맥스그룹 창립자이자 회장인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1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 'K뷰티의 경쟁국과 전망'을 묻는 학생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회장은 "K뷰티는 높은 가성비와 빠른 스피드를 무기로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 중심이던 시장을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로 바꿔왔다"며 "이제 5만달러, 10만달러 수출로 가기 위해서는 '메이드 인 프랑스'를 대체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프리미엄의 기준도 재정의했다. 그는 "과거에는 프리미엄이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와 같은 브랜드 가치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더마(피부과 기술 기반)처럼 차별화된 기능과 기술력을 갖춘 브랜드가 프리미엄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라며 "이미지를 넘어 기능과 신뢰가 중요해지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의 경쟁력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 회장은 글로벌 고객사인 로레알 그룹과의 회의 경험을 꺼내며 "로레알과 한국 인디 브랜드가 다른 것은 스피드, 온라인, MZ(밀레니얼+Z세대)"라며 "온라인을 활용해 MZ세대를 타깃으로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공급하고 있다는 점이 인디 브랜드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답했다.
이날 북 콘서트는 학생들과 자유로운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됐다. 질문은 창업과 진로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주를 이뤘다. 4년째 뷰티 브랜드를 운영 중이라는 한 학생이 직접 제조하려고 고민을 하고 있다고 토로하자 이 회장은 "과거에는 브랜드가 연구소와 공장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딱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제조는 전문 파트너와 협업하고, 브랜드는 기획과 마케팅, 속도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공장은 가동률이 낮아지면 비용 부담이 커지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남성 화장품이나 뷰티 디바이스 창업을 고민하는 학생에게는 "디바이스 사업은 자본 부담이 크다"며 "초기에는 특정 제품군을 히트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명확한 타깃을 가진 남성 화장품부터 접근하라"고 말했다. 함께 참석한 허민호 코스맥스 부회장도 "이제는 기존 카테고리로 뷰티를 나누는 시대가 아니다"며 "인디 브랜드의 경쟁력은 소비자의 폐인 포인트(불만, 불평)를 정확히 짚어내는 콘텐츠와 솔루션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수 코스맥스그룹 회장이 서울대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학생들의 질무에 답을 하고 있다. 코스맥스 제공.
이날 이 회장은 '경영인으로서 어떤 꿈을 꾸고 있느냐'는 유홍림 총장의 질문에는" 속도가 생명이고 글로벌이 생존이며 소비자가 혁명이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바로 그 제품을 가장 빨리 공급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코스맥스가 되는 것이 꿈이다"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은 AI 기반 맞춤형 화장품과 소량 다품종 생산 시스템을 고도화하며, 코스맥스를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기업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10년 후에는 코스맥스의 업의 본질은 서비스업이 될 것이라며 "소비자 연구소를 갖춰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을 필요로 하는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주변에 능력 있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모으는 것이 가장 큰 준비"라고 뼈있는 조언을 전했다. 이 회장은 "평소에 상대방을 진심으로 도와주고 신뢰를 쌓아두면, 어느 순간 그 인연들이 다시 돌아와 사업의 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이 회장의 아내인 서성석 코스맥스비티아이 회장도 함께 자리해 의미를 더했다. 이 회장은 1970년 서울대학교 약학대학교를 졸업한 뒤 동아제약과 대웅제약을 거쳐 1992년 코스맥스를 설립했다. 이경수 회장이 직접 집필한 자서전 '같이 꿈을 꾸고 싶다'는 1992년 코스맥스 창업 이후 IMF 외환위기, 중국 진출, 글로벌 확장 등 굵직한 순간을 넘으며 코스맥스를 세계 1위 화장품 제조사개발생산(ODM )기업으로 성장시킨 33년간 여정과 경영 철학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