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시장' 전격 진출 알린 W컨셉…'한국 컨템포러리 브랜드 알릴 것'

12일 日 도쿄 하라주쿠서 팝업 스토어 오픈
일본 진출 본격화…"일본 매출 비중 40%까지 확대"
韓 디자이너 브랜드, 성장 잠재력 높아…日 온라인 전환율 상승세

"북미를 중심으로 전개해 온 글로벌 사업을 일본으로 확대하겠다."

패션플랫폼 W컨셉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이은영 담당은 지난 12일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서 열린 W컨셉 팝업스토어 미디어 간담회에서 "한국 패션 시장은 이미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고 판단해 몇 년 전부터 해외 사업에 힘을 실어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W컨셉은 해외 매출에서 일본 매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12일 오후 일본 도쿄 하라주쿠역 'W컨셉 팝업스토어'에서 팝업 스토어 오픈 계기를 설명하고 있는 이은영 W컨셉 글로벌사업 담당. 박재현 기자

W컨셉이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린 것은 국내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W컨셉의 매출은 2020년 716억원에서 2021년 1013억원, 2022년 1367억원으로 빠르게 늘었다. 이후 2023년 매출은 1454억원으로 증가폭이 둔화했고, 지난해에는 1169억원으로 감소했다. 수익성도 변동 폭이 컸다. 2020년 영업이익은 5억원에 그쳤고,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30억원을 기록했으나 2023년에는 582만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16억원을 내며 회복세를 보였다. 회사 안팎에서는 내수 중심의 성장 모델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W컨셉은 이런 판단 아래 일본 시장을 해외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삼았다. W컨셉은 오는 22일까지 일본에서 첫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이번 팝업은 W컨셉의 일본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는 첫 행보로,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쟁력을 일본 소비자에게 직접 소개하기 위한 전략적 시도다.

이 담당은 "이번 팝업스토어는 W컨셉이 일본에서 어떤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예고편"이라며 "앞으로 일본 시장에서 보다 공격적인 사업 전개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팝업스토어에는 현재 W컨셉에서 판매 중인 15개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가 참여했다. 이 가운데 유센틱, 모한, 프론트로우, 레이지지 등 9개 브랜드는 일본 오프라인 매장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현장에서 만난 김다정 레이지지 부대표는 "브랜드가 단독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비용과 규제 부담이 크다"며 "플랫폼을 통한 진출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팝업스토어가 열린 도쿄 하라주쿠는 일본을 대표하는 패션 거리다. 블루엘리펀트, 새터, 아더에러 등 한국 브랜드 매장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날 W컨셉 팝업스토어에는 일본 현지 인플루언서와 브랜드 관계자, 언론 관계자들이 방문했고, 주말에는 쇼핑을 즐기려는 현지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매장을 찾은 일본인 모에카씨(26) 는 "W컨셉은 처음 알게 됐지만, 꽃장식이 눈에 띄어 자연스럽게 들어오게 됐다"며 "한국 브랜드는 귀엽고 트렌디하면서도 성숙한 느낌이 함께 있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W컨셉 도쿄 팝업스토어 내에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들이 진열된 모습. 박재현 기자

W컨셉이 일본을 해외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정한 이유는 현지 패션 플랫폼 시장이 상대적으로 비어 있기 때문이다. 이 담당은 "현재 일본에서 패션 플랫폼으로 꼽을 수 있는 곳은 조조타운이 사실상 유일하다"며 "여러 브랜드를 한곳에서 비교·구매할 수 있는 채널이 많지 않은 만큼, 경쟁 환경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시장 구조는 충분히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일본 내에서 확산하고 있는 한류 열풍도 일본 진출의 주요 배경이다. K패션과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패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문화적 유사성이 높은 일본 시장을 새로운 성장 돌파구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일본을 아시아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구상도 담겼다.

업계에서는 W컨셉이 보유한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일본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에는 한국 여성 컨템포러리 디자이너 패션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플랫폼이 거의 없어, W컨셉이 시장 개척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W컨셉은 지난해부터 일본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 지난해 9월 글로벌몰을 개편해 일본어 자동 번역 서비스를 도입했고, 일본 현지 결제 수단 확대와 일본어 전용 고객센터 운영 등 현지화 작업도 강화했다.

일본 패션 시장 규모는 약 8조2500억엔(약 73조원)으로 한국의 약 1.6배에 달한다.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비중이 높지만,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소비는 빠르게 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B2C(기업·소비자 거래) 전자상거래 전환율은 의복 부문이 23.38%로, 식품·음료·주류(4.52%)나 화장품·의약품(8.82%)보다 높았다.

W컨셉 관계자는 "일본 온라인 패션 시장은 브랜드 자사몰이나 오픈마켓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한국식 온라인 패션 편집숍 모델은 거의 없다"며 "디자이너 브랜드 편집숍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일본 시장에 소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팝업스토어는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의 디자인 경쟁력과 글로벌 가능성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유통경제부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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