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기자
저출산과 시장 정체로 교복 사업의 성장성이 둔화한 가운데 형지엘리트가 새로운 돌파구로 K뷰티 시장을 낙점했다. 교복을 중심으로 워크웨어, 스포츠상품화 등 기존 3개 사업 축만으로는 안정적인 성장 곡선을 그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다. 10대 고객 데이터라는 고유 강점을 살려 글로벌 뷰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엘리트 홈페이지 캡처.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형지엘리트는 최근 Z세대 뷰티 시장 진출을 위해 글로벌 화장품 제조사개발생산(ODM)기업 코스맥스와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회사가 보유한 10대 청소년과 학부모 고객층에 대한 데이터에 코스맥스의 연구·제조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미국까지 해외 뷰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형지엘리트가 10대를 타깃으로 하는 K뷰티 사업을 구상하게 된 배경에는 기존 주력 사업의 성장세가 주춤하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형지엘리트의 올해 1분기(2025년 7~9월, 6월 결산 법인) 교복 사업 매출은 5841억원으로 전체의 약 14% 수준에 머문다. 과거 이 부문 매출 비중이 40%대까지 치솟았던 시기와 비교하면 몸집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교복 사업은 중국·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해 있지만, 매출 성장세는 제한된 모습이다. 엘리트는 4대 교복 업체 중 점유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국내의 학생복 시장은 매년 입학하는 신입생 수가 정해져 있어 구조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기가 어렵다. 원가가 상승해도 정치·사회적 민감도가 높은 품목이기 때문에 가격을 급격히 인상하기도 힘들다. 중국 시장에서는 국제학교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교복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매출 성장에 속도를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 형지엘리트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사업은 신규로 추가한 스포츠 유니폼·굿즈 부분이다. 올해 7월부터 9월까지(1분기) 스포츠 사업 매출액은 24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90억원) 보다 약 3배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덕분에 회사의 1분기 기준 매출액도 33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0% 늘었고, 영업이익은 15억원으로 두배 증가했다.
롯데자이언츠, SSG랜더스, 한화이글스 등 주요 야구 구단의 팬층이 더 두터워 지면서 유니폼과 굿즈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축구 부문에서는 FC서울, FC바로셀로나, 수원삼성블루윙즈의 유니폼과 굿즈를 만들고 있으며 최근에는 레일마드리드와도 계약을 맺었다. 워크웨어 부문은 2년 전부터 기업 간 거래(B2B) 외에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회사는 이들 시장 역시 장기적으로 안심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스포츠 굿즈 시장은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활발해지며 경쟁 구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워크웨어 또한 경쟁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만으로는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회사 측은 판단하고 있다.
형지엘리트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시작한 스포츠 굿즈 사업이 매출에 크게 기여한 만큼 지금 시점에서 새로운 신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신사업에도 최준호 형지엘리트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코스맥스와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 기획부터 제품 개발, 생산, 유통까지 전 과정을 함께 구축하고 뷰티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특히 Z세대를 겨냥한 친환경 콘셉트가 핵심이다. 학생들의 피부 고민, 색상 취향, 소비 패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반응 등 교복 사업을 통해 축적된 실사용자 기반 데이터는 10대 공략이 까다로운 K뷰티 시장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초제품을 중심으로 한국과 중국 등에서 단계적으로 이를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형지엘리트의 선택이 개별 기업의 전략 차원을 넘어 유통과 패션 업계 전반에서 K뷰티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TV 홈쇼핑 업체인 현대홈쇼핑은 이달 오프라인 뷰티 플랫폼 '코아시스(COASIS)'를 론칭했다. 30~60대 여성이 타깃이다. 탈모 샴푸 '바이닉' 부터 고기능성 더마화장품 '쟈스더마' 등 기존 채널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형지엘리트는 내년 1월 213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모집액은 운영자금(158억원), 채무상환자금(55억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운영자금은 내년 1분기 교복과 스포츠 유니폼 외상 매입 대금 결제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