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준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사건을 맡은 민중기 특별검사가 지난 7월 2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현판 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더불어민주당에 금전적 지원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정희 특별검사보는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올해 8월 윤 전 본부장이 구속 기소된 이후 윤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의 참여하에 법정에서 한 진술을 들었다"며 "해당 진술에 대해 내사 사건 번호(입건 전 조사)를 부여하고 사건 기록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다만 (윤 전 본부장의) 진술 내용이 인적, 물적, 시간적으로 볼 때 명백히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이를 수사기관에 인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일교 수사 과정에서 문제 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도박 혐의에 대해 특검이 물적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수사하지 않은 것과 동일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확보하고도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청취한 뒤 서명날인을 받은 수사보고 등을 작성해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기록을 만들었다고 했다. 오 특검보는 "특정 정당에 관련돼 의도적으로 수사하지 않은 것이라는 일부 시각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특검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지난 8월 특검팀 조사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 중진 의원 한 명에게는 1000만원대 시계와 현금 수천만원을, 또 다른 의원 한 명에게는 현금 수천만원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윤 전 본부장은 해당 전·현직 의원들이 통일교 본부인 경기도 가평군 천정궁을 방문해 한학자 총재에게 인사하고 돈을 받았다고도 진술했으나, 특검팀은 수수자로 지목된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소환조사 등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특검법에는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수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특검팀은 이날 특검의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금품수수 의혹에 연루된 민주당 정치인은 10여명인 것으로 전해지는데, 윤 전 본부장은 특검팀 조사에서 이들 중 일부를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팀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8월 이 같은 진술을 했는데, 이 시기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내던 시점이다. 통일교 측은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현금 이외에도 공식적인 정치후원금과 출판기념회 책 구매 등 다양한 형태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