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기자
유럽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중심으로 국방력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아일랜드가 군사적 중립성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유럽 방위의 약점이 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연합뉴스는 2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인용해 "영국이나 유럽연합(EU) 회원국들 사이에서 아일랜드가 중립국 지위를 이용해 21세기에 맞는 책임을 피한다는 좌절감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캐서린 코널리 아일랜드 신임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더블린 성에서 취임식 후 의장대 시찰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일랜드의 국방비는 2026년 15억유로(약 2조 50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예정이지만,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0.25%에 불과해 EU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나토는 최근 국방비 목표를 GDP의 5%로 높인 바 있다.
아일랜드는 미국 빅테크와 제약업체의 유럽 본사를 유치해 막대한 세수를 거두고 있는 가운데, 올해 102억유로(약 17조 3000억원)의 재정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국방비는 아주 작은 규모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대서양 해저 기반시설에 대한 위협이 커졌으며, 이웃인 영국 스코틀랜드 해역에 간첩선으로 의심받는 러시아 얀타르호가 진입해 비상이 걸린 상황인데도 아일랜드는 방관자적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취임한 캐서린 코널리 아일랜드 대통령은 군사 확장에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지난 1946년 해군을 창설했으며, 1960년대 말 함선 부족 상태에 놓였고 현재도 8척 중 4척만 운용 중일 만큼 자원이 부족하다. 현재 안보 통신 기반이 부족해 러시아 선박 진입과 같은 잠재적 위협에 대해 교신할 수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존 힐리 국방부 장관이 연설하는 동안 간첩 활동을 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러시아 선박 얀타르호의 사진이 화면에 표시됐다. 영국 국방부
FT는 특히 유럽 서쪽 끝에 있는 아일랜드가 지리적으로 글로벌 해저 통신 기반에 중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북반구 해저 케이블의 약 4분의 3이 아일랜드의 수역을 지난다. 아일랜드는 에너지 대부분을 해저 파이프라인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일랜드 해군 지휘관을 지낸 키빈 맥 오운리는 "아일랜드의 해저 케이블 보호 능력은 사실상 제로"라고 FT에 말했다. 다른 유럽 전직 안보 관리도 "아일랜드는 무방비 상태"라고 말했다. 아일랜드군 지휘관 출신인 캐설 베리 전 의원도 "아일랜드에는 빅테크와 대형 제약회사, 빅데이터가 있어 높은 가치를 지닌 표적"이라며 "EU 회원국이면서도 나토 회원국은 아니다. 나토의 보복 우려 없이 EU를 치고 싶으면 아일랜드가 시작점"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나토 가입에 대한 아일랜드 내 여론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일랜드 싱크탱크 애저 포럼의 피터 코일 회장은 "(군사적) 중립성 덕에 예산이 국방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며 "이게 일종의 신조가 돼 바꾸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유럽 안보 위협이 커진 가운데 아일랜드는 내년 하반기 EU 순회 의장국을 맡고 유럽 확장 안보 협의체인 유럽정치공동체(EPC)도 주최한다. 오시안 스미스 전 아일랜드 환경기후통신부 차관은 "우리는 무(無)에서 시작했다"면서도 "이제 지켜야 할 것이 많고 타인의 친절에 의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