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18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했다. 인공지능(AI) 투자 거품 우려가 커지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기술주 전반이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면서 국채 가격은 소폭 오르고 비트코인은 약세를 보이며 한때 9만달러 아래로 밀렸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거래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UPI연합뉴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98.5포인트(1.07%) 하락한 4만6091.74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55.09포인트(0.83%) 내린 6617.3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75.229포인트(1.21%) 떨어진 2만2432.846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S&P500지수는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지난 8월 이후 가장 긴 약세 흐름을 기록했다.
종목별로는 엔비디아가 2.81% 약세를 보였다. 전날 페이팔과 팔란티어 창업자인 억만장자 투자자 피터 틸이 이끄는 틸 매크로 펀드가 보유 중이던 엔비디아 주식을 전량 매도한 사실이 공개되며 AI 투자 사이클이 정점에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했다. 아마존은 4.43% 내렸고, 마이크로소프트(MS)는 2.7% 하락했다. 팔란티어와 브로드컴도 2.29%, 0.63%씩 떨어졌다. 홈디포는 주택 개량 부문 실적 부진과 연간 전망 하향 조정으로 6.02% 급락했다.
AI 투자 과열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이날 MS와 엔비디아는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총 15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으나, 시장에 퍼진 AI 거품론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기술주 고평가 우려와 대형 기술기업들의 잇단 회사채 발행이 AI 펀더멘털에 대한 불안 심리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공개된 BBC 인터뷰에서 "오늘날 AI 붐에는 어느 정도 비이성적 측면이 있다"며 "거품이 터지면 어떤 기업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카슨 그룹의 소누 바르게세 부사장 겸 글로벌 거시경제 전략가는 "우리가 거품 속에 있는지는 문제가 아니다"며 "진짜 문제는 현재의 AI 지출 추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끝났을 때 여파가 얼마나 심각할지"라고 지적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식으면서 비트코인은 이날 한때 9만달러 아래로 하락했다. 이는 10월 초 기록한 사상 최고치 12만6000달러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수준이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19일 장 마감 후 발표될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이다. AI 관련주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번 실적이 증시 방향성을 결정할 주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이달 들어서만 10% 넘게 하락했다.
CFRA의 샘 스토벌 수석 투자 전략가는 S&P500 전망과 관련해 "모든 상황이 마무리될 때쯤이면 8~9% 조정도 가능하다"면서 "다만 우리 분석가들이 예상하는 수준의 엔비디아 실적이 나오고, 경기 침체를 시사하지 않을 정도의 고용 지표가 발표된다면 조정은 더 빨리 끝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같은 날 공개될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도 이목이 쏠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고용 둔화 우려를 이유로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했으나 12월 금리 경로를 둘러싸고 Fed 위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의사록에서는 Fed 위원들의 경제·금리 전망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메릴린치 글로벌 리서치의 마이클 하트넷 최고투자전략가는 "다음 달 금리 인하가 없으면 시장은 추가 조정을 받을 것"이라며 "(현재의) 포지셔닝은 위험자산에 순풍이 아닌 역풍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20일에는 지난 9월 비농업 고용 보고서가 발표된다. 지난달 1일 시작된 셧다운(Shut Down·일시적 업무정지)이 역대 최장인 43일간 이어지면서 9월과 10월 고용 보고서 발표가 미뤄졌는데, 지난 12일 셧다운이 전격 종료되면서 그동안 공개되지 못했던 물가·고용 지표가 순차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다만 10월 고용 보고서에서는 통계 수집 차질로 실업률이 누락될 전망이다.
미 국채 금리는 보합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1bp(1bp=0.01%포인트) 내린 4.11%,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일보다 3bp 하락한 3.57%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