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수요일' 소방수는 동학개미?…87조 '실탄' 투입될까

외국인 매도 폭탄에 장중 6% 급락
개인 저가 매수 유입되며 4000P 사수
"단기 조정 그칠 것…추세적 하락장 아냐"

인공지능(AI) 버블 우려가 또다시 고개를 들며 '검은 수요일'을 맞이한 코스피가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4000선을 사수했다. 그동안 '실탄'을 쟁여두며 증시 진입 기회를 엿봐온 동학개미들이 조정 기간 '패닉셀'을 저지하는 소방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2.85% 빠진 4004.42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9월 이후 코스피 랠리를 견인해온 외국인이 이달 들어서만 6조원을 팔아치우면서 지수를 짓눌렀다. 코스피·코스닥 선물시장에서 각각 5%, 6% 급락세가 이어지자 지난해 8월5일 '블랙먼데이' 이후 약 1년3개월 만에 양대 시장에서 동시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하기도 했다.

코스피가 장중 6% 넘게 폭락하며 '패닉셀'로 번지려는 찰나 소방수로 나선 건 동학개미였다. 이들은 이날 코스피·코스닥에서 3조원어치를 사들이며 외국인의 매도 폭탄을 전부 받아냈다. 특히 이달 들어 외국인이 차익실현에 나선 주도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각각 2조1863억원, 1조2760억원 순매수하며 반도체 랠리의 바통을 이어받는 모습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사들인 종목 대부분이 최근 단기 급등에 따른 고점 부담을 안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손실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증권가에서 조정이 단기에 그치고 추세적 하락장으로 전환되진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점은 희소식이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날 국내 시황 긴급 진단을 통해 "미국 정부 셧다운(Shut Down·일시적 업무정지)이 길어지고 있지만 이는 해결 가능한 이슈고 연방준비제도(Fed)의 스탠스와 미국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여전히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나, 중장기 조정 국면으로의 진입은 아닐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이틀간의 하락세가 통상 강세장에 뒤따르는 불가피한 조정이란 분석도 있다. 현재 한국 증시의 강세장을 지난 4월부터 시작됐다고 가정하면 약 200일간 상승장이 지속된 셈인데 과거 3번의 2~3년 강세장 때에도 정확히 D+200 부근에서 단기 조정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과 매크로 환경이 유사하다고 평가받는 '3저 호황(저달러·저유가·저금리)' 당시 코스피는 1986년 4월 약 1달간 -10.9% 조정을 받은 바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경험칙으로 본다면 조정은 12월 중순 정도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며 "마침 12월9~10일 FOMC라는 매우 중요한 이벤트가 과거 경험칙의 변곡점에 예정돼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조정 기간 저가 매수 유입의 원천이 될 수 있는 개인 투자자들의 '실탄'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쌓인 점도 기대 요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86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으로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 중 하나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국내 주식시장은 환율 변동성에 대한 우려와 12월 금리 인하 여부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업종별 순환매와 종목 장세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주식시장 내 여전히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풍부한 대기 자금이 존재하고, 내년 국내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개선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는 단기 조정 이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증권자본시장부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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