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보다 둘이 낫다'…창업주 물러나며 '공동 CEO' 채택 기업들

스포티파이·오라클·컴캐스트 등
권력 다툼 우려
주주 수익률·인재 유지·비상 상황에선 장점

최근 미 주요 기업 창업주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공동 최고경영자(CEO) 체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스포티파이는 지난달 다니엘 에크 CEO가 대표직에서 사임하고 내년부터 이사회 의장을 맡고, 구스타브 쇠데르스트룀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알렉스 노르스트룀 최고사업책임자(CBO)가 공동 CEO를 맡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오라클도 다시 공동 CEO 체제로 돌아가기로 했다. 컴캐스트도 내년 1월부터 마이크 카바나 사장을 공동 CEO로 임명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같은 결정은 이사회 입장에서 '하나보다 둘이 낫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각자의 강점을 결합하면 거대 조직을 이끄는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 CEO 체제는 창업자가 후계자를 물색할 때 자주 등장한다. 러셀 3000지수 기업 중 올해 공동 CEO를 둔 기업은 33곳인데 이 중 3분의 2는 창업자 본인이거나 창업자의 후계자다.

란제이 굴라티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자'는 위험 분산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책임 구분이 명확할 경우 공동 CEO 체제는 안정적으로 공존한다. 사모펀드 KKR의 조셉 배와 스콧 너탤은 2021년부터 공동 CEO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공동 창업자 헨리 크래비스와 조지 로버츠가 공동 CEO에서 물러난 이후다.

넷플릭스도 공동 CEO 체제를 5년째 이어오고 있다. 공동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테드 서랜도스와 함께 회사를 이끌다 2023년부터 그레그 피터스가 서랜도스와 공동 CEO로 경영하고 있다. 거버넌스 전문가들은 두 사람의 전문성이 확실하게 구분돼있어 이같은 체제가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공동 CEO 체제는 권력 다툼 소지가 있다. 이로 인해 세일즈포스와 SAP 등은 공동 CEO 체제를 채택했다가 폐지했다.

기업 자문사 그룹 360 컨설팅의 라힐라 안와르 CEO는 "공동 CEO가 제대로 작동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두 사람에게 한 사람이 되라고 요구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데이터 업체 이큘라에 따르면 러셀 3000 기업 중 약 1.2%만 공동 CEO를 두고 있으며, 공동 CEO의 평균 재임 기간은 2.6년에 불과해 단독 CEO(5.6년)의 절반에 불과하다.

주주들에겐 CEO 한 명보다 두 명이 이익일 수도 있다. 2022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공동 CEO가 있는 87개 기업의 주주 수익률을 전 세계 2200개 기업과 비교했는데, 공동 CEO 기업의 주주 수익률은 연평균 9.5%로 비교 대상 기업(6.9%)보다 높았다.

경영 컨설팅 회사 파이겐 어드바이저스의 마크 파이겐 CEO는 "이는 일자리를 공유하는 게 아니라 역량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재 유출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내부 승진 경쟁에서 한 사람만 선택하면 나머지 유력 인재가 회사를 떠날 수 있지만, 둘 다 임명하면 이러한 위험이 사라진다.

비상 승계 시에도 장점이 있다. 마크 허드 오라클 전 공동 CEO가 2019년 건강 문제로 물러난 지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으나 남은 공동 CEO 사프라 캐츠가 단독 CEO로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

국제부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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