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기자
호주에서 여성들의 딥페이크 포르노 영상을 온라인에 올린 남성이 3억원대의 벌금을 내게 됐다. 연합뉴스는 28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호주 공영 ABC 방송 등을 인용해 "호주 북동부 퀸즐랜드주 브리즈번 연방법원이 지난 26일 피의자 안토니오 로톤도에게 34만 3500호주달러(약 3억 17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법원은 또 로톤도를 제소한 호주의 온라인 안전 규제기관 e세이프티의 소송 비용도 로톤도가 부담하고, 피해 여성들의 신원은 비공개를 유지하도록 결정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재판부는 로톤도가 지난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유명인을 포함한 여성 6명의 딥페이크 포르노 사진 12장을 딥페이크 사이트에 14차례 게시해 온라인 안전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로톤도는 포르노 제작이 "재미있다"고 언급했는데, 재판부는 이런 정황을 볼 때 그가 고의적·지속해서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로톤도는 지난 2023년 초 해당 이미지를 삭제하라는 법원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나는 호주 거주자가 아니므로 삭제 통지는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체포영장을 신청하라"고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였다. 그는 필리핀에서 호주로 입국했다가 그해 12월 경찰에 체포됐다.
법원은 로톤도에게 법정모독죄를 적용해 2만 5000호주달러(약 23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이어 e세이프티가 로톤도를 제소하면서 추가 벌금 판결이 나온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한 피해자는 "분명히 가짜 영상이지만, 나는 인권이 침해당했다고 느꼈다"면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돼 "경악스럽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호주에서 딥페이크 포르노와 관련해 거액의 벌금을 내게 된 첫 사례다. e세이프티는 이번 판결이 "딥페이크 이미지 기반 학대를 저지르는 모든 사람에게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호주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로 나체 이미지를 만드는 앱이 나오는 등 딥페이크 악용 사례가 늘자 당국이 차단에 나섰다. 호주 통신부는 나체 이미지를 만드는 앱이나 온라인 스토킹 앱을 차단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e세이프티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딥페이크 등 디지털 방식으로 변조된 사생활 이미지에 피해를 봤다고 신고한 사례는 지난 18개월 동안 2배 이상 늘었다. 이 중 약 80%는 여성을 표적으로 삼았다. 호주 정부는 올해 말부터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정서 및 사생활 보호를 위해 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을 전면 차단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AI로 생성된 이미지를 규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실제 인물 여부와 관계없이 AI 기술로 제작된 성적 영상물을 제작·편집·합성하거나 가공한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