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SID가 싱가포르로 간 이유 '세계 경제서 아시아만 성장'

"싱가포르, 중립 국가 이미지"
인도·베트남 ICSID회원국 유치
물리적으로 가까운 최적 거점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가 아시아 지역의 사건 비중이 작은데도 싱가포르에 첫 지역 사무소를 연 것은 미래의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에 '베팅'한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025년 6월 기준 ICSID 사건의 동남아·태평양 지역 당사자 비중은 국가 기준 6%, 투자자 기준 14%로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니다.

김갑유(63·사법연수원 17기) 법무법인 피터앤김 대표변호사는 "전 세계에서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지역이 아시아 말고는 없다"면서 "경제가 성장한다는 건 자연스럽게 분쟁도 많아지는 것이고, 실제로도 아시아에서 중재 사건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근(50·34기)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역시 △막대한 아시아 관련 자본 이동 △세계 인구 60%가 거주하는 지역의 성장 잠재력 △분쟁의 기반이 되는 '투자 협정'을 체결한 다수의 아시아 국가 등을 이유로 꼽았다.

아시아의 여러 도시 중 싱가포르가 선택된 데에도 전략적 판단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이형근 변호사는 "싱가포르가 주는 '중립적 국가 이미지'는 국제 분쟁 해결 장소로서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인도, 베트남 등 아직 ICSID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역내 주요국들을 회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도 물리적으로 가까운 싱가포르가 최적의 거점이라는 분석이다.

ICSID의 아시아 진출은 투자자-국가 분쟁(ISDS)에서 한국의 역할 변화와도 맞물려 긍정적인 점이 있다. 과거 한국은 주로 해외 투자자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피소 국가'였지만, 이제는 한국 기업이 해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투자자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한국광해광업공단이 파나마를, 한국석유공사가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투자중재를 제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로펌들의 업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국제중재 전문가는 "과거에는 주로 외국 투자자가 제기한 ISDS에서 한국 정부를 방어하는 업무를 수행했다면, 이제는 한국 기업이 투자자로서 ISDS를 활용하는 관점에서 전략을 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지수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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