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국가유산청은 9일 부안 지역의 독특한 지질유산 두 곳을 국가지정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 대상은 변산반도 서쪽 해안의 '부안 격포리 페퍼라이트'와 부안 도청리 앞바다의 '솔섬 응회암 내 구상구조'다.
부안 격포리 페퍼라이트
부안 격포리 페퍼라이트는 변산반도 적벽강 해안 절벽 하부에 분포하는 두께 약 1m 내외의 암층이다. 뜨거운 용암과 굳지 않은 퇴적물이 뒤섞여 형성됐다. 과학자들은 섞이고 굳어지는 과정이 마치 후추를 뿌린 것처럼 보여 페퍼라이트(Peperite)라고 한다. 용암이 물이나 습기를 머금은 퇴적층을 통과하면서 생긴 증기 폭발과 혼합 흔적이 그대로 암석에 남아있어, 지질학적으로 희귀한 현상이라 평가한다.
일반적으로 페퍼라이트는 얇게 층을 이루지만, 격포리 지역에선 두꺼운 띠 형태로 관찰된다. 용암류의 하중으로 주입된 퇴적물에 의해 용암 내부에서 다양한 형태의 페퍼라이트가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유산청은 "퇴적 동시성 화산활동은 물론 물과 마그마의 상호작용 결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안 도청리 솔섬 응회암 내 구상구조는 약 8700만 년 전 백악기 후기에 형성된 화산섬의 일부분이다. 섬 하부 응회암에서 포도송이 모양처럼 둥글게 뭉친 '구상구조'가 다량으로 나타난다. 하나같이 화산재가 굳기 전 열수 속 철산화물 성분이 침전되면서 만들어졌다. 국내외에서 보기 드문 화산암 형성과정으로, 백악기 말 화산활동의 흔적을 생생히 보여준다.
부안 도청리 솔섬 응회암 내 구상구조
국가유산청은 한 달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자연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천연기념물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