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실종됐습니다'…이런 환자 급증에 보험사도 움직였다[1mm금융톡]

손보사, 치매환자와 가족 대상 보험상품 '배타적 사용권' 획득
생보사도 기존 상품에 '치매 보장' 결합해 점유율 확보 나서
올해 상반기 치매·간병 초회보험료 821억원…지난해 전체 83% 육박

보험사들이 치매·간병보험 상품과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치매환자 100만명 시대를 앞두고 관련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보험사에서 치매·간병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선보이는 모습을 챗GPT가 묘사한 모습. 챗GPT 생성 이미지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흥국화재는 지난 1일 손해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로부터 치매환자 실종신고 피해보장 특약에 대한 6개월간의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치매보험에 가입한 피보험자가 치매에 걸리고 실종됐을 때 보호자 1인에게 최초 1회에 한해 20만원의 보험금 지급하는 담보다. 치매환자의 실종에 관한 보장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치매환자 실종건수는 1만5500건으로 2020년과 비교해 26% 증가했다.

하나손해보험도 지난달 치매 직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가입자에게 전문강사가 방문해 인지교육을 제공하는 보험상품으로 6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하나더넥스트 치매간병보험 가입자가 해당 특약을 추가하면 진단 시 주 1회, 연간 최대 48회까지 브레인 트레이닝 기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실질적인 대면서비스와 정서적 지원을 결합해 치매 진행을 늦추려는 취지로 개발됐다. 하나손보는 이 서비스와 관련해 지난 7월 시니어 라이프솔루션 전문기업인 대교뉴이프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KB손해보험도 올해 초 'KB 골든케어 간병보험'에 탑재한 신규 특약 '임상치매등급(CDR) 척도검사지원비'에 대해 3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CDR은 치매 중증도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검사로 해당 특약 가입 시 검사 비용을 연간 1회 한도로 보장한다. CDR 검사비는 5만~20만원 내외다.

치매·간병보험은 손해보험사의 주력 시장이지만 최근 생명보험사들도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며 점유율 확보에 나서고 있다. 생보사들은 종신보험에 치매·간병 특약을 결합하거나 연금전환 기능을 결합한 초장기 상품 등을 잇달아 선보이는 추세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지난 1일 '(무)모두의 달러종신보험(무해약환급금형)'을 선보였다. 달러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수령을 모두 미국 달러로 진행하는 상품이다. 이 상품엔 치매·암·뇌혈관 등 30종의 신규 건강특약을 고객 필요에 맞게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도 지난 3월 디지털 전업보험사 최초로 치매·간병보험을 출시했다. 경미한 치매부터 중증 치매까지 폭넓은 범위와 함께 보장 기간도 최대 110세로 설정했다. 20년간 보험료 납부를 완료하고도 부모님이 치매에 걸리지 않으면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 원금에 더해 일정 수준의 이자를 비과세로 돌려받을 수 있다.

KB라이프는 치매교육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KB라이프는 전날 고액자산가 대상의 프리미엄 아웃바운드 조직인 'KB스타 웰스매니저'를 확대 운영한다고 밝히면서 치매 관련 시니어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KB라이프는 지난 7월엔 강남구치매안심센터와 협력해 KB스타 웰스매니저 100명과 신사업추진본부 직원 60명을 대상으로 치매파트너 이수교육도 실시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 공식 치매파트너로도 인증받았다.

생명·손해보험사들이 치매·간병보험 상품을 공격적으로 선보이면서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보험개발원 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생·손보사 합산 치매·간병보험의 초회보험료는 821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수치(963억원)의 83%에 육박했다. 초회보험료는 신계약 고객의 첫 보험료 납입액으로 보험시장 신규 유입과 판매 추이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한국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치매 관련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을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치매 환자 수는 97만명, 2026년엔 100만명, 2044년엔 2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 위험성이 높은 경도인지장애 진단자는 올해 298만명, 2033년엔 400만명대 육박할 전망이다.

경제금융부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