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믿음기자
최정아갤러리는 오는 27일까지 멜로디 박 개인전 'Spring Snow to Summer Watermelon'을 개최한다. 올해 봄부터 여름까지 작가가 직접 경험하며 감각한 시간을 색으로 기록한 총 15점의 회화를 선보인다.
'초충도'(2025). 최정아갤러리
멜로디 박은 화가이기 전 베이커로 활동한 독특한 이력을 지닌다. 빵을 만들 때 재료의 특성과 물리적 변수를 세밀하게 관찰하며 최적의 재료 배합으로 맛과 질감을 만들어냈던 경험은 회화에서 안료의 농도와 질감, 손의 압력과 도구의 움직임 등 색의 물성을 탐구하는 태도로 이어졌다. 분자라는 작은 파편들이 모여 반죽의 점성과 탄력성을 결정하듯, 다양한 고체·분말 물감을 사용한 색 실험은 색을 손에 잡히는, 실재하는 재료로서 인식하게 한다.
이번 개인전은 '시간의 변화를 색으로 보는 것이 계절'이라는 그만의 화두를 바탕으로 계절의 반복된 흐름 속에 느껴지는 미묘한 색의 차이를 보여준다. 단순한 기후 변동으로 인한 계절의 순환보다 그가 감각한 온도, 빛, 공기, 기분 등의 비시각적 감각이 색으로 치환되며 스스로 화면을 지탱하는 주체로 선다. 그가 경험한 일상의 편린은 그렇게 색이라는 물질성으로 응축되어 캔버스에 각인된다.
멜로디 박이 창조한 색은 단순한 회화 재료를 넘어 그 자체 독립된 풍경으로, 캔버스 위에 실존한다. 하나의 색의 전체를 품기도, 여러 색의 파편들이 모여 조화로운 세계 하나를 완성하기도 한다. 이는 계절의 변화에서 인간의 삶을 은유하는 태도와 유사하게 매일 색을 탐구하며 시간의 흐름을 감각하고, 변모하는 작가 내부의 세계를 순간 고정시키는 일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