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굿브레인]'뇌 건강 위협하는 디지털 중독'…사회적 회복 논의 시작해야

청소년 40%·유아동 25%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중독서 벗어나려면 예방-치료-재활-회복 과정 연결돼야

아시아경제가 주최한 '2025 굿브레인 콘퍼런스'가 3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도파민 사회의 치유: 중독의 시대, 회복을 설계하다'를 주제로 한 이날 행사엔 국내 대표적인 중독 분야 전문가와 정신건강 전문의들이 참석해 현대인의 뇌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중독 문제의 심각성을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 논의했다.

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2025 굿브레인 콘퍼런스'에서 주요 내빈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맨 앞줄 왼쪽부터 안영진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장범식 아시아경제 대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정호원 보건복지부 대변인. 둘째줄 김동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경영기획본부장, 엄호윤 국민건강보험공단 기획상임이사,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교수. 맨 뒷줄 신범수 아시아경제 편집국장, 안유석 서울대병원 교수, 서정석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 2025.9.3 강진형 기자

오늘날 의학계에선 중독을 단순한 개인의 취향이나 일탈이 아닌 도파민이 지배하는 뇌의 보상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질병으로 규정한다. 음식이나 약물, 스마트폰 등 자극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에 의해 도파민이 과다 분비되면 뇌의 도파민 수용체가 줄어들고, 약물이나 자극 없이는 행복이나 보상감을 느끼기 어렵게 돼 중독을 더욱 심화시킨다. 중독 행동이 반복되면 뇌의 쾌감 중추와 관련된 부위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문제 해결력과 집중력, 기억력 저하 등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난다. 특히 청소년의 약 40%, 유·아동의 25%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2023년 기준)으로 분류될 만큼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던 디지털 기술이 이제는 뇌 건강과 정신적 균형을 위협하는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미 정상적인 보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중독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선 단순히 개인의 생활 습관 개선이나 의지, 정신력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마약이나 약물, 술 등에 중독된 경우 의존성을 끊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의학적인 치료와 재활이 이어져야 하는데, 여기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갈수록 고도화되고 다변화하는 디지털 시스템과 나날이 발전하는 인공지능(AI) 기술, 알고리즘이 수많은 사람을 부지불식간에 중독의 늪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면서 "복지위 차원에서 중독 문제의 심각성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해법 마련 등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는 중독 문제를 예방-치료-재활-회복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를 설치해 지역사회 기반의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정신건강 고위험군을 위한 맞춤형 디지털케어 플랫폼 개발과 마약류 사용장애 디지털치료제 연구개발(R&D) 투자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사를 주최한 장범식 아시아경제 대표는 "중독과 정신건강의 문제를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 의제로 확장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라며 "오늘 콘퍼런스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디지털 중독, 마약 문제, 성인 정신건강의 위기라는 복합적 도전을 함께 성찰하고, 학계와 의료계, 산업계, 정책 현장을 연결하는 가교이자 사회적 공감과 실천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콘퍼런스는 국내 뇌과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정재승 카이스트(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안유석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병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허규형 연세가산숲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의 강연이 이어졌다. 경기도지사를 지낸 남경필 사단법인 은구 대표는 부지불식간에 일상으로 스며든 마약 중독과 향정신성 의약품 오남용의 위험성에 대해 강조했다.

패널 토론에선 강재헌 대한디지털치료학회장(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과 강성지 웰트 대표, 김경남 웨이센 대표, 이건석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정신건강을 지키는 디지털치료제의 임상 사례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바이오중기벤처부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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