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 아닌' 10대들의 범죄…촉법소년 5년간 2배 급증

소년원 11곳 중 6곳이 정원 초과
성인대비 소년범 재범률도 높아

지난달 서울 명동 신세계 백화점 본점을 폭파하겠다는 협박글을 올린 피의자는 촉법소년인 중학교 1학년 학생 A군이었다. A군의 장난글로 신세계백화점은 약 6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A군과 같은 형사처벌 면제 대상인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 범죄가 지난 5년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벌 뿐만 아니라 범죄 예방과 교화 시스템을 강화해 소년범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5일 사법정보공개포털에 따르면 소년범으로 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2019년 3만5462건에서 지난해 4만9276명으로 39% 증가했다. 올해는 7월까지도 2만7722명으로 집계됐다.

그중에서도 만 10~14세 미만 촉법소년 수의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촉법소년 수는 2019년 1만22명에서 지난해 2만1478명으로 114% 급증했다. 만 14~19세 미만 범죄소년 수도 늘었지만, 2019년 2만5440명에서 지난해 2만7798명으로 격차는 크지 않았다. 소년범죄 증가분의 대부분을 촉법소년이 차지한 셈이다.

일각에선 실제로 청소년의 범죄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엄벌주의 정책으로 과거엔 문제 삼지 않던 일까지 범죄로 적발한 것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실제 경찰에 입건된 촉법소년 범죄 건수도 꾸준히 증가했다. 최근 5년 경찰청 통계를 보면 촉법소년 범죄는 2020년 9606명에서 지난해 2만814명으로 117% 늘었다.

단순히 양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범죄의 질도 나빠졌다. 가정법원은 청소년 범죄에 대해 보호처분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1~10호의 보호처분을 내린다. 청소년이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다. 이 가운데 단기 또는 장기 소년원 송치 처분인 9·10호 처분 건수가 2019년 1050건에서 지난해 2098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치 처분을 받는 소년범이 늘어나면서 소년원 수용 공간도 부족해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11개 소년원(미결수용시설 포함) 중 6곳이 수용 정원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이 많아졌음을 지적하면서 처벌뿐만 아니라 예방과 교화, 재교육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일남 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과거 청소년이 범죄에 가담할 수 있는 원인에 더해 신종 유형까지 겹치다 보니 소년 범죄가 늘어난 것"이라면서 "범죄는 늘어났는데, 범죄에 대한 대응은 과거의 형태에 머물러 있다. 애초에 범죄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예방하고,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다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학교 경찰학과 석좌교수도 "단순히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약한 처분을 내리기보다 개인의 특성과 범죄의 정도를 보고 처벌 수준을 판단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호관찰을 받은 소년범의 재범률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보호관찰통계를 보면 지난 10년간 청소년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평균 12.5%로 약 5% 수준인 성인 대상자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교정심리학과 교수는 "보호관찰을 받는 청소년은 사실상 평소처럼 지내기 때문에 자신이 저지른 일이 범죄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또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며 "보호관찰관을 늘려서 관찰관 1명이 담당하는 청소년 수를 줄임과 동시에 보호관찰소 업무에서 청소년 범죄에 대한 인식 자체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부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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