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미세플라스틱이 인체 깊숙한 조직에까지 침투하며 건강을 위협하는 실체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뜨거운 차량이나 무더운 실내에 방치된 플라스틱 생수병에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독성 물질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시중에 판매되는 생수 중 80%가량이 미세 플라스틱과 미공개 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암과 불임 등 각종 대사 질환과 관련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뜨거운 차량이나 무더운 실내에 방치된 플라스틱 생수병에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독성 물질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중국 난징대 연구팀은 플라스틱 생수병을 섭씨 약 70도 강한 열에 4주 동안 노출하는 실험에 나섰다. 그 결과 플라스틱병에서 독성 중금속인 안티몬과 비스페놀A(BPA)가 물에 녹아든 것을 확인했다. 안티몬에 노출되면 두통, 현기증, 구토, 복통, 수면 부족 등이 발생한다. 장기간 노출 시 폐 염증과 위궤양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비스페놀A(BPA)는 암과 불임, 심혈관 질환, 조기 사망 등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징대 연구진은 이 같은 이유로 플라스틱 생수를 따뜻한 온도에서 보관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 연구진 역시 플라스틱 생수병이 섭씨 약 37도에 가열될 경우 미세입자와 나노입자를 방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반면 섭씨 약 4도의 냉장고에 보관된 대조군에서는 입자 방출이 거의 없었다.
2023년에 실시된 캐나다 맥길대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이 고온이 플라스틱 물병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폴리에틸렌 등 플라스틱을 37도로 가열하면 미립자와 나노입자가 방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어둡고 4도의 냉장고에 보관한 대조 샘플에서는 입자가 거의 방출되지 않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섭씨 약 27도 날씨 속에서 자동차 내부 온도는 단 20분 만에 43도에 도달한다. 40분 후에는 47도, 1시간 후에는 50도까지 치솟는다. 따라서 여름철 에어컨이 꺼진 차량 내부처럼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환경에서는 플라스틱 생수병에서 독성 물질이 더 빠르게 나오기에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생수병 사용 시 여름철 차량 내부나 직사광선이 드는 곳 등 고온 환경에 생수병을 절대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플라스틱 생수병을 장기간 보관하는 것을 피하고, 구매 후 가능한 한 빨리 섭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브랜드와 관계없이 플라스틱 생수병에는 이미 수십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생수 브랜드 3종을 분석한 결과, 1ℓ 크기의 생수병에서 평균 24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으며, 이 중 90%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크기에 불과한 나노 플라스틱이었다. 나아가 생수병에는 내구성과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프탈레이트가 첨가되는데, 이는 호르몬 생성을 방해하고 발달·생식·뇌·면역 기능에 위험을 초래한다. 전문가들은 프탈레이트 노출로 인해 미국에서만 연간 약 10만명이 조기 사망한다고 연관이 있다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