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경기자
윤석열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집단 사직했던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에 복귀하지만 수도권과 지방, 인기과와 필수과의 상황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진료지원(PA) 간호사와의 업무 분장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연합뉴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수련병원별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절차를 거쳐 선발된 전공의들이 이날부터 수련을 재개한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정확한 복귀 규모를 집계 중이지만, 지난해 2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 중 상당수가 다시 수련을 선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 '빅5' 병원의 경우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율이 60~80%에 달했고, 각 진료과의 충원율도 대체로 70% 선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복귀를 지원한 박단 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선발 과정에서 탈락하는 등 일부 전공의는 복귀가 무산되기도 했다.
전공의가 복귀하는 대형 병원들은 운영이 한층 원활해질 전망이다. 교수들의 업무 부담이 크게 완화되면서 환자들의 불편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각 병원이 안정화되는 상황을 지켜본 뒤 지난해부터 유지된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하향 조정하고 비상진료체계 해제도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전공의들이 돌아오더라도 병원 분위기는 이전과는 사뭇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의 주된 요구사항인 수련환경 개선 작업에 따라 이들의 근무시간 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을 80시간에서 72시간으로, 연속 근무시간을 36시간에서 20시간으로 줄이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전공의들이 이탈한 후 그 공백을 메워왔던 PA 간호사와의 업무 분장도 시급한 과제다. 병원마다 전공의와 PA 간호사 사이에 겹치는 업무를 어떻게 조정할지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일부 병원의 경우 PA 간호사를 다시 병동으로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간호사들이 잦은 업무 변경으로 인한 피로 등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쏠림 현상과 필수의료 과목 기피 문제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에서도 비수도권 전공의의 복귀 지원율은 50%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더 벌어졌다. 기존 필수과 소속이었던 사직 전공의들 중에는 이번에 진료과를 바꿔 다시 수련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지역의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에선 기존 전공의 중 극히 일부만 복귀한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한 전공의는 "(의정 갈등 기간) 사직 전공의들이 근무했던 지역 응급실에선 새로 채용하는 의사의 급여가 2배 이상 치솟았다"며 "수련에 복귀하지 않은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에게 여러 병원에서 연락이 와 내년 3월까지 근무하는 조건으로 이전보다 더 많은 급여를 제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