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위장하고 죽은 척…' 美가정, 총기 난사 대비 훈련

올해 美 총기 난사 44건 중 절반 학교 차지
'대비 훈련, 트라우마 심화 가능성' 지적에
"미국에선 생존 위해 꼭 필요한 훈련" 반박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집에서 총격 생존 훈련을 하는 사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됐다.

이카 매클라우드의 딸이 총기 사건에 대비해 훈련하고 있는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미 CNN은 29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미픽스에 사는 이카 매클라우드가 7살 딸에게 숨을 참으며 죽은 척하는 방법, 다른 사람의 피를 묻혀 상처 입은 것처럼 위장하는 방법 등을 훈련하는 장면을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영상은 틱톡에서 3400만 조회 수를 얻었다.

매클라우드는 지난해 9월 조지아주의 한 고교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으로 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일을 계기로 아이에게 훈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훈련 영상은 지난 27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한 가톨릭 학교 성당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로 어린이 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뒤 더욱 주목받았다. 범인은 새 학기 첫 주를 기념하는 미사에서 기도하던 학생들을 향해 소총 116발을 쏜 것으로 전해졌다.

매클라우드는 영상 공개 후 딸에게 오히려 트라우마를 안겨준다는 비난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CNN에 "(훈련의) 초점은 내 감정이 아니라 아이가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전수하는 데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이런 훈련이 모든 사람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대량 총기 사건이 끊임없이 뉴스를 장식하는 미국에선 꼭 필요한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27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한 가톨릭 학교 성당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추모객의 모습. AP연합뉴스

이미 미국의 많은 학교에선 총기 사건이 발생할 경우 어둡고 문이 잠긴 교실 안에 숨도록 하는 등의 훈련을 하고 있으나 일부 학부모들은 가정에서도 추가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에 사는 다른 학부모는 26명이 숨진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전환점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딸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누군가 총을 쏘기 시작하면 도망가서 숨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2022년 5월 텍사스주 유밸디 총기사건 이후 훈련 빈도를 높인 뒤 죽은 척하는 법도 가르쳤다. 그는 "두려움과 불안을 겪지 않을 수 없다"며 "안타깝지만 지금 미국 학생들의 현실이 이렇다"라고 CNN에 이야기했다.

애니 앤드루스 소아과 의사·총기 규제 단체 고문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훈련으로 인해 아이들의 트라우마가 심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앤드루스 고문은 아이들이 총기 대응 훈련과 비상 계획에 참여해야 하는 경우 부모와 교사는 아이의 나이와 발달단계·위기 대처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에서는 올해 총 44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그 가운데 절반은 학교에서 벌어졌다. 총기 난사 사건으로 18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이슈&트렌드팀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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