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슬기자
배우 김요한. 사진제공=위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요한은 '학교 2021' 이후 세 작품이 연이어 무산되며 4년 가까운 공백기를 겪었다. 대본 리딩과 촬영 준비까지 마쳤던 작품들이 마지막 단계에서 잇달아 엎어지자 그는 "땅바닥으로 꽂히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일자리를 잃은 듯 막막했고, 집 밖에 나가지 않은 채 대본만 붙들며 시간을 버텼다. 수입은 0원 ."지나가겠지" 되새기며 버텼고, 어머니의 "안 되면 고향 내려와서 같이 체육관 하자"는 말에 힘을 냈다.
그렇게 버틴 끝에 만난 작품이 SBS 드라마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였다. 김요한은 극 중 한양체고 3학년 윤성준 역을 맡았다. 럭비를 인생의 전부로 여기는 청춘으로, 대학 진학을 앞두고 마지막 시즌을 치르는 인물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14년 동안 태권도를 했다"며 "고등학교 2학년 때 부상으로 시즌을 날린 경험이 있어서 성준의 절박한 마음을 잘 이해했다"고 말했다.
준비는 치열했다. 그는 작품에 들어가기 전 세 달간 럭비 훈련을 이어갔다. 동료 배우들과 매일 만나 기초 훈련을 반복했고, 별도로 연기 스터디도 했다. 김요한은 "럭비선수 같은 체격을 갖추기 위해 하루 네 끼 식단을 두 달 넘게 이어가며 체중을 78kg까지 불린 후 촬영에 들어갔다"고 했다. 대부분의 경기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상대 현역 선수들과의 태클과 몸싸움도 피하지 않았다.
"부상은 없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뿐 아니라 모든 럭비 부원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갔죠. 그래야 경기 장면에서 이질감이 사라진다고 봤거든요. 한겨울 살수차를 맞으며 촬영한 장면에서는 내가 연기를 하며 떠는 건지, 추위에 떨고 있는 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어요."
눈빛은 작품의 핵심이었다. 존경하던 국가대표 출신 주가람(윤계상)이 약물 파동으로 몰락한 뒤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성준은 혼란과 갈등을 겪는다. 김요한은 "싫으면서도 반가운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병원 장면을 가장 인상 깊게 꼽았다. "어두운 성준의 밝은 모습이 드러나 좋았다. 시청자들이 '많이 웃었다'고 해주셨는데, 그 반응만으로도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드라마 '트라이' 스틸컷. 사진제공=SBS '트라이'
촬영은 1년 가까이 이어졌다. 석 달 연습과 일곱 달의 촬영 끝에 방송을 마주한 그는 "고생한 것들이 화면에 고스란히 담겼다는 점에서 다행이었다. 많은 사랑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요한은 "작품을 쉬는 동안 "연기가 간절하고 소중하다는 걸 누구보다 실감했다"고 털어놨다. 어두운 시기에 그를 붙든 건 가족이었다. 아버지는 운영 중인 체육관 벽면에 '트라이 본방사수'라는 문구를 붙여둘 만큼 아들의 복귀를 반겼다. 그는 "어머니가 사진을 찍어서 보내시면서 '하지 말라며 아빠를 말렸는데 굳이 붙였다'고 하셨다. 오랜만에 제가 드라마에 나오니 부모님께서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트라이'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차기작 '제4차 사랑 혁명'을 비롯해 영화 '메이드 인 이태원' 출연을 확정했다. 그는 "새로운 시작을 열어준 고마운 작품"이라며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가수 활동도 이어간다. 그룹 위아이 멤버로서 하반기 컴백을 앞두고 있다. 그는 "2년 만에 멤버들과 무대에 서게 돼 기쁘다. 기다려주신 팬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연기도 쉬지 않겠다고 했다. 앞으로는 형사물과 사이코패스 캐릭터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임시완 선배의 연기를 보고 놀랐어요. 순수한 얼굴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역할에 도전하고 싶어요. 배우로서의 목표는 장기적이에요. 10년, 20년 뒤에는 지금의 선배들처럼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금은 이끌림을 받는 입장이지만 언젠가는 그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