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한국과의 무역 협상과 관련해 "그들이 뭔가 할 수 있을지 알아보려 했지만 합의를 지켰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내각 회의에서 "한국과 문제가 있었지만 어제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고 해결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저 같은 합의를 지켰을 뿐"이라며 "그는 협정을 지켰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한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일본, 베트남 등 주요 교역국과의 무역 합의 상황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이견이 있는 쟁점을 미국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리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정상회담 직후 진행한 포고문 서명식에서 한국과의 무역 협상 관련 질문을 받고 "합의가 마무리된 것 같다"며 "한국에서 몇 가지 문제를 제기했지만 우리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답했다.
다만 구체적인 쟁점이나 한국 측 요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대로 한미 양국이 견해차를 해소하고 무역 합의에 도달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전날 정상회담에서는 무역 합의와 관련한 이견이 직접 드러나지 않았지만, 한국의 대미 투자 방식과 농축산물 추가 개방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이가 후속 실무 협상에서 표면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한국은 지난달 3500억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와 1000억달러 규모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입을 약속했다. 미국은 이에 따라 한국산 모든 수입품과 자동차·차 부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다만 세부 사안에서는 여전히 의견 차이가 크다. 대미 투자 방식과 관련해 한국은 보증·대출 중심의 펀드 조성을 주장하지만 미국은 직접 투자 비중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또 농축산물 추가 개방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거론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민감한 사안을 잠시 접어둔 것일 뿐 미국의 개방 요구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전날 정상회담 직후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우리 농민과 제조업자, 혁신가를 위해 시장을 계속 개척할 것"이라고 밝혀 시장 개방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