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2029 동계아시안게임 준비 난항…'한국이 대신 해줘'

스키장 건설 등 어려움…대체 개최 가능성 제기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만나 개최 의사 문의

사우디아라비아가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준비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히면서 한국이 대체 개최국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20일(현지시간) 보도를 인용해 사우디 정부가 한국이나 중국을 후보로 검토하고 있으며,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역시 한국 측에 개최 의향을 타진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달 2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기간 중 유승민 회장이 OCA의 후세인 알 무살람 사무총장, 셰이크 조안 카타르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등과 면담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OCA는 "사우디가 대회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국이 대신 개최할 의사가 있는지를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회장은 "정부와 상의하겠다"고 답했고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문체부는 국제대회 개최에 따른 효과와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입장을 정할 방침이다.

7월 싱가포르 세계수영선수권 기간 OCA 회장단과 만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가운데). 대한체육회

사우디는 2022년 10월 OCA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개최지로 선정됐다. 대회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비전 2030' 핵심 사업인 네옴시티 내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2034년 FIFA 월드컵, 하계 아시안게임 개최국으로 선정되는 등 스포츠 강국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사우디는 "트로제나를 세계적 수준의 동계 스포츠 허브로 조성하겠다"며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인 문제로 어려움에 봉착한 상태다. 인공눈 생산과 리조트 운영을 위해서는 200㎞ 떨어진 바다에서 물을 끌어와야 한다. 그러나 핵심 설비인 해수 담수화 공사는 아직 착수조차 진행되지 못했다. 트로제나가 해발 2600m의 고지대에 위치해 자재 운송과 시공 난도가 높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네옴시티 측은 "장기 계획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2029년 대회까지 공사를 마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한국과 중국이 대체 개최국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양국은 각각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이 있어 인프라와 운영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다만 양국 정부는 "사우디와 직접적인 논의는 없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개최지가 어디가 될 것인지는 OCA의 최종 판단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이슈&트렌드팀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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