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취재본부 이준경기자
여수의 두 작은 초등학교가 손을 맞잡고 만든 '여수청소년윈드오케스트라'가 전국 규모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며 감동의 하모니를 울렸다.
여수청소년윈드오케스트라는 지난 14일 경남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8회 대한민국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 지역 부문에서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고 20일 밝혔다.
여수청소년윈드오케스트라가 '제8회 대한민국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 지역 부문에서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전남도교육청 제공
이번 대회에는 전국에서 70여개 연주 단체가 참여했으며, 전남 지역 단체가 이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창단 1년도 되지 않은 신생 오케스트라의 놀라운 성과에 지역사회는 물론 교육계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여수청소년윈드오케스트라는 여수북초등학교와 여천초등학교 재학생 73명과 졸업생 5명 등 총 78명으로 구성됐다. 단원 중 상당수가 악기를 막 배우기 시작한 초보자였고, 각각의 학교는 오케스트라 유지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여수북초는 2023년 교육부 주관 학생예술동아리 페스티벌에서 호남권 유일의 본선 진출팀으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단원 수가 2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천초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단원이 28명에 불과했고, 대부분이 처음 악기를 잡은 상태였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두 학교의 지도교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유종훈(여수북초)·범준영(여천초) 교사는 "함께라면 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연합을 결심했고, 지난 4월 전남학생오케스트라페스티벌에서 첫 합동 무대를 선보였다.
이후 본격적인 오케스트라 창단 작업에 들어가 '여수청소년윈드오케스트라'라는 이름을 걸고 활동을 이어온 끝에, 창단 첫해에 전국 최우수상이라는 값진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연습은 매주 토요일 여천초에서 파트별로 진행됐고, 공연을 앞두고는 여수북초에서 합주를 가졌다. 연습 장소는 학교 간 번갈아 가며 사용했고, 두 교사는 학생들의 악기를 일일이 차량에 실어 나르며 지도에 나섰다. 학부모들도 주말마다 자녀들의 등하교를 도우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배정미 단장은 "학생들이 함께 노력하며 큰 성과를 이루어낸 것이 자랑스럽다"며 "범준영 교사와 유종훈 교사, 그리고 학부모님들의 헌신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유종훈·범준영 교사는 "이번 성과는 교사, 학생, 학부모의 땀과 열정이 함께 만든 결과다"며 "도교육청의 예산지원과 악기뱅크 사업, 여수교육지원청의 교육경비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이번 수상은 단순한 '전국대회 금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교육 현장의 한계를 교사와 학부모, 학생의 열정으로 돌파해낸 사례로, 전남 학생 예술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한편, '제8회 대한민국 학생 오케스트라 페스티벌'은 지난 11~16일 경남 함양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렸으며, 초·중·고교 및 청소년·일반 지역 단체 등 총 70여개 팀이 참가해 열띤 경연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