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준기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이 사후 비상계엄 선포문 작성 및 폐기 의혹 등과 관련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추가로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이번 조사를 마친 뒤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20일 박지영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한 전 총리에 대해 오는 22일 오전 9시30분 추가 소환 조사를 요청했다"며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 현재 60~70% 정도 조사가 진행된 단계"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전날 한 전 총리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16시간 넘게 조사하면서 비상계엄 전후 국무회의 상황,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경위 등을 집중 추궁했다. 한 전 총리는 심야 조사까지 하면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대해 "증거가 추가로 수집됐다"고 밝혔다. 헌재가 결정을 내린 당시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헌재가 사건을 판단할 때는 증거가 수집되지 않은 상태였고,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가 된 것"이라며 "헌재 결정이 난 이후로 특검이 출발했고, 관련 자료 등 많은 부분에서 증거가 추가로 수집돼 검토를 더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 3월 한 전 총리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 한 전 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공모하거나 묵인·방조했다는 국회의 소추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기 2시간 전 무렵부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들었고, 그 이전에 계엄을 계획 중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객관적인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불법 계엄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방조·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전 총리는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계엄 이후 작성한 문건에 서명했으나 며칠 뒤 '사후 문건을 만들었다는 게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으니 없던 일로 하자'라고 요청했고, 결국 문건이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계엄선포 후 "계엄에 찬성하는 국무위원이 없었는데 괜찮냐"라고 묻는 등 계엄의 적법성과 해제 필요성을 따진 정황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아울러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와 국회 등에서 위증한 혐의도 받는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월 국회에서 계엄 선포문에 대해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될 때까지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나중에)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다"고 증언했지만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계엄 문건 등을 챙겨 살펴보는 장면이 담긴 대통령실 CCTV를 확보한 상태다.
특검팀은 계엄 선포 직후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한 전 총리와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12분에 추 전 원내대표와 한 전 총리가 7분 이상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는데, 당시 통화에서 한 전 총리는 추 전 원내대표에게 "국무위원들이 모두 반대했는데 대통령(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강행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이 같은 사실을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을 조사하면서 조 의원에게 제시했다고 한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한 전 총리 자택 등 3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한 전 총리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은 6시간가량 진행됐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 강 전 부속실장 자택도 포함됐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2일 특검팀에 출석해 장시간 조사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