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주기자
# 10년 전 서울 송파구의 한 빌라를 매입한 A씨는 이전 집주인이 계단식 베란다에 설치한 새시를 그대로 사용하다 재작년 위반건축물로 적발됐다. A씨는 2년째 이행강제금을 냈고 건축법 개정으로 부과 상한(5년)까지 폐지되면서 매년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철거를 고민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 일대 주택가 전경. 강진형 기자
서울시가 계단식 베란다 새시, 햇볕·비를 가리기 위해 설치한 지붕, 주차장 캐노피 등 '주거용 소규모 위반 건축물' 문제 해결에 나선다. 이행강제금 감경 기간을 최대 3년으로 늘리고 법 개정도 건의하기로 했다.
시는 올해 상반기 '주거용 위반건축물' 조사를 진행한 결과, 다세대·다가구 등 저층 주택에서 소규모 위반 사례가 대다수인 점을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정 지원과 조례 개정, 제도개선 3가지 지원방안을 마련했다고 6일 밝혔다.
현재는 실거주자가 생활 편의를 위해 설치한 새시나 지붕 등 소규모 시설도 '위반건축물'로 적발되며, 이전 소유자가 설치했더라도 현 소유자에게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고 있다. 지난 2019년 건축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이행강제금 5회 부과 상한이 폐지돼 시민 부담이 한층 가중됐다.
우선 이행강제금 감경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조례 개정을 추진한다. 이행강제금이 75% 감경 적용되는 경우는 △30㎡ 미만(집합건물 5㎡ 미만) 소규모 위반 △위반행위 후 소유권 변경 △임대차 계약 등으로 즉각 시정이 불가능한 때다.
조례 개정안은 이달 중 시의회와 협의를 거쳐 상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해 건축법 시행령 개정으로 감경 비율이 50%에서 75%로 확대됐지만 이미 이행강제금 부과가 시작된 시민은 혜택을 받지 못했던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해 조례 문구도 수정한다.
시는 25개 자치구·서울시건축사회와 협력해 '위반 건축물 상담센터'도 운영한다. 2·3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 한시 완화(규제철폐 33호)로 일부 위반건축물이 사후 증축 신고를 통해 합법화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시민이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상담을 지원하는 것이다. 용적률 범위 내에 건축물 사후 추인 가능 여부 등 종합적인 상담을 제공한다.
시는 현행 건축법이 위반 건축물을 양산한다고 판단해 불합리한 생활 규제를 바로잡기 위해 국토부에 관련 법 개정도 건의한다. 저층 주택 외부 계단 상부 캐노피, 소규모 파고라(정자) 생활·보행 편의 시설물을 일정 범위 내에서 인정할 수 있도록 해당 면적을 바닥면적 산정에서 제외하는 방안과 불법 증축 등의 원인이 되는 '일조사선 규정' 개선이다. 일조사선 규정은 건축물의 높이에 따라 건물 간 거리를 제한해 주변 주택의 일조권을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시는 해당 규정 개선을 국토부에 여러 차례 건의했고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이 밖에 보행 등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상업시설 위반 건축물이나 다중인파 밀집 지역 등을 집중 점검해 위반 사항을 단속하고 이행강제금 부과 등 엄정하게 처분한다는 방침이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계단·베란다 등 실질적인 생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시설물 설치로 매년 이행강제금을 부담해야 했던 시민을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했다"며 "시민의 주거 안전과 편의를 돕고,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실생활에 맞춘 제도 개선과 규제를 지속해서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