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살던 칠레 출신 80대 노인이 분실한 영주권을 재발급받기 위해 이민국을 찾았다가 연고도 없는 과테말라로 추방되는 일이 벌어졌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에 거주하던 루이스 레온(82)은 잃어버린 영주권을 재발급받기 위해 예약을 한 뒤 지난달 아내와 함께 이민국을 찾았다. 그가 이민국에 도착하자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들은 그에게 수갑을 채운 후 아무런 설명 없이 레온을 아내와 떨어뜨리고 어디론가 끌고 갔다.
지난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옥스나드에서 열린 집회 참가자가 '이민세관단속국 폐지' 팻말을 들고 있다. 게티이미지 연합뉴스
레온은 칠레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 독재 시절 당시 고문을 받고 1987년 미국으로 합법적으로 망명한 인물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레온이 연행된 뒤 가족들은 백방으로 수소문하며 그를 찾았으나 행방이 묘연했다. 얼마 뒤 자신이 이민 변호사라고 주장한 한 여성이 그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와 자신이 이들 가족을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여성은 레온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이 사건을 알게 됐는지 등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 이 여성은 지난 9일 다시 전화를 걸어 레온이 사망했다는 거짓 소식을 전했다.
일주일 후 레온의 가족들은 칠레에 있는 친척을 통해 레온이 생존해 있으며, 미국 미네소타주의 시설에 구금돼 있다가 과테말라로 추방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친척은 레온이 구금·추방 대상 명단에 오르지 않았는데도 ICE가 그를 미네소타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당뇨와 고혈압, 심장 질환이 있는 레온은 현재 연고도 없는 과테말라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에 나서고 있는데, 이들의 출신국이 송환을 거부할 경우 제3국으로 추방할 수 있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민자들을 잇달아 제3국으로 추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