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민기자
여름휴가 시즌이 다가오면서 해외여행 계획을 세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나라를 정했다면 가장 먼저 고민되는 것이 제한된 예산에서 얼마나 절약할 수 있느냐다. 환전이나 해외 결제 등으로 나가는 수수료는 특히 아깝게 느껴진다.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1300원 중후반대에 머물며 여행비 부담을 가중하는 가운데, '스마트'하게 소비하는 방법을 정리해 봤다.
해외여행에 특화된 체크카드인 '트래블카드'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국내 시중은행과 토스뱅크, 카카오뱅크 등 대부분의 은행이 잇따라 상품을 내놓고 경쟁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우선 이들 중 하나를 골라 미리 발급해 두는 것이 좋다.
트래블카드는 해외 현지 가맹점 등에서 결제하거나 자동화기기(ATM)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신용카드로도 현지 결제가 대부분 가능하고, 여기에 미리 현지 통화로 환전을 해간다면 해외여행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트래블카드는 무료 환전과 해외 결제수수료 면제, 이에 더해 ATM 인출 수수료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수수료 절약에 도움이 된다. 체크카드여서 연회비도 따로 없다.
다만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나에게 맞는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 외화로 바꿀 때 드는 환전 수수료는 대부분 무료로 제공되지만, 이를 원화로 다시 바꾸는 재환전 시에는 은행마다 차이가 있다. 현지에서 현금으로 인출할 때 드는 ATM 수수료도 면제해 주는 곳이 있는 반면, 횟수가 제한된 곳도 있다. 현지 가맹점 결제수수료 역시 마찬가지다. 한 예로 트래블카드 인기를 이끌었던 토스뱅크의 외화통장 연계 체크카드는 환전 및 재환전 수수료가 모두 무료다. 다만 현지에서 현금으로 인출할 때 드는 ATM 수수료는 월 5회까지만 무료로 제공한다.
무료 환전을 지원해 주는 통화의 종류에도 차이가 있다. 취급 통화 종류는 1년 새 크게 늘었다. 이 중에서도 하나은행의 '트래블로그'와 KB국민은행의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는 각각 58종, 56종의 통화를 지원해 가장 많다. 알려지지 않은 국가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이들 카드가 유리할 수 있다. 충전 가능 한도금액도 카드별로 차이가 있다. 신한 쏠 트래블이나 우리은행의 '위비트래블 체크카드', NH농협은행의 'NH트래블리 체크카드'는 5만달러까지 보유가 가능하다. 반면 KB국민 트래블러스는 200만원, 하나 트래블로그는 300만원이다. 고액 쇼핑을 계획하고 있다면 카드별 충전 가능 한도 또는 잔액 부족 시 자동 환전 기능 등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이 외에 공항라운지 이용과 호텔 예약 할인, 편의점 할인 등 부가서비스에도 차이가 있다. 신한 쏠 트래블카드는 상하반기 각 1회씩 무료로 공항 라운지(더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NH 트래블리카드도 전월 실적이 30만원을 넘는다면 연 1회 라운지 이용이 가능하다. KB국민의 트래블러스는 아고다·호텔스닷컴 등 호텔 예약 시 최대 2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트래블카드는 무료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현지서만 현금 인출이 가능하고, 현지 ATM 인출 수수료가 들 가능성도 있다. 출국 전 국내서 미리 외화 일부를 환전해 가고 싶다면 주거래 은행의 모바일환전 서비스는 여전히 유용한 방법이다.
대부분의 은행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환전할 경우 환전 수수료를 70~90%씩 깎아준다. 수수료를 10%만 내면 된다는 얘기다. 앱으로 환전을 신청한 다음, 공항 내 지점 등에서 직접 원화를 받으면 된다. 공항 환전소는 수수료가 가장 세다. 베트남 등 환전 수수료가 비싼 나라로 여행 계획을 세웠다면 이중 환전이 수수료가 더 저렴하게 든다. 국내에서 원화를 미국 달러로 바꾸고, 현지에 도착해 달러를 현지 통화로 바꾸면 된다. 대부분 현지 공항이나 호텔에서 환전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여행 후 남은 자투리 외화 동전은 환전하기도 애매하다. 환전 자체를 제공하지 않거나 일부 지점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환전이 가능한 통화도 제한적이다. 남은 외화 동전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 아깝다면 국내외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들이 제공하는 코인 환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동전환전소, 머니플렉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