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200년 전에 시작…성심당도 벌써 6번째라는 '선거빵'[맛있는 이야기]

⑩선거철마다 주목받는 선거빵
민주주의 본고장 미국에선 18세기에 등장
대전 성심당도 선거빵 출시

편집자주최초의 과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과자는 인간 역사의 매 순간을 함께 해 온 셈이지요. 비스킷,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 우리가 사랑했던 과자들에 얽힌 맛있는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대선, 총선, 지방 선거 등 주요 투표일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선거빵(투표빵)'도 등장한다. 각 시·도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지역 빵집, 제과업체와 협력해 출시하거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나누기도 한다. 국내에서 '선거빵 전통'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현대 민주주의의 본고장인 미국에선 200여년 전에도 선거빵이 존재했다.

투표 독려 위해 만든 선거빵, 이젠 행사로 자리 잡아

대전선관위와 성심당이 함께 출시한 6·3 선거빵. 대전선관위

선거빵은 투표일에 맞춰 출시되는 빵으로, 제과점에 따라 종류는 다양하다. 모든 투표빵은 겉면에 기표 모양이나 선거일 날짜를 새겨 넣는 암묵적 약속이 있다.

선관위에서 공식적으로 제과업체와 협력해 선거빵을 출시한 건 2018년 6·13 지방선거부터다. 당시 대전선관위가 대전 성심당과 손잡고 선거 앙금빵을 선보였는데, 성심당은 이번에 6번째 선거빵을 출시했다. 원래 선거빵은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저조한 지선, 재·보궐선거에서 유권자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이벤트로 시작했다. 하지만 성심당 선거빵이 시민들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키면서, 이제는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명물이 됐다.

미국·영국은 컵케이크, 호주는 '민주주의 소시지'

한국에서 선거철에 기념 빵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나누는 이벤트가 정확히 언제부터, 누가 시작했는지는 불명확하지만 미국, 영국, 호주 등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선 이미 수 세기 전부터 선거빵 전통이 존재했다.

2024년 미국 대선 당시 판매된 '선거 컵케이크'.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이나 영국에는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컵케이크가 있다. 투표소 앞에 작은 컵케이크를 진열하고 방문한 유권자들에게 하나씩 나눠주는 전통에서 시작됐다.

민주주의 역사가 깊은 만큼, 컵케이크의 디자인도 다양하다. 미국에선 대표 양당인 공화당·민주당의 정당 색깔을 활용한 컵케이크가 많다. 붉은색, 파란색 크림을 올려 만드는가 하면, 아예 두 색깔 토핑을 섞어 뿌려 유권자들 사이의 화합을 노리기도 한다. 내각제 국가인 영국에서도 보수당, 노동당 등 지지 정당의 상징 색깔, 상징물, 주요 공약 글귀가 담긴 작은 배지를 꽂아주는 등 다채로운 모습을 보인다.

호주 투표소는 주민들로부터 받은 기부금으로 소시지 바베큐 그릴을 운영한다. 호주 민주주의 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호주엔 '민주주의 소시지'라는 훨씬 이색적인 전통이 있다. 주요 선거일마다 투표소 앞에 바비큐 그릴을 설치하고, 투표자에게 구운 소시지를 한 개씩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다. 민주주의 소시지 그릴은 모두 개별 투표소에서 진행한 모금 행사로 운영되며,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꿋꿋하게 지켜 온 전통이다.

지친 유권자에 나눠줬던 케이크, 전통으로 남아

그렇다면 영미권에선 누가 먼저 선거빵을 만들어 먹었을까. 역사학자들은 18세기 말 영국 식민지 시절 북미 대륙을 그 기원으로 추정한다. 1771년 코네티컷에서 주 정부에 보낸 '선거용 과자 제작을 위한 비용 청구서' 기록이 발견된 게 그 근거다. 당시 선거빵은 '선거 케이크'로 불렸으며, 영국 전통 과자인 진저브레드, 혹은 딱딱한 건과일 빵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영국 식민지 시절 북미 대륙에선 선거 기간 주 단위로 유권자들에게 빵과 음료를 제공했다. 정치인이 음식을 대접하며 표를 매수하는 시도도 흔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 국회 박물관 캡처

독립 이전에도 북미 대륙에서는 도시와 식민지 의회 후보를 투표로 선출했다. 다만 당시 선거는 지금과 전혀 달랐다. 일정한 재산을 갖춘 성인 남성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졌고, 투표소 자체도 적었다. 도심 외곽에 사는 유권자들은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마차나 말을 빌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투표일 전후로는 숙소에 항상 여행객이 가득했는데, 이들에게 선거 케이크와 음료가 대접된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 독립혁명 이후인 1800년엔 최초의 미국 요리책 저자 아멜리아 시몬스가 '선거 케이크 레시피'를 발간하기도 했다.

기획취재부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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