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필기자
㈜한화가 올해 에너지 사업 부문에서 대형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BESS) 사업 강화를 위해 관련 법인을 잇달아 설립했다. 단기간 운영 후 청산되는 태양광 프로젝트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장기 운영이 가능한 에너지 인프라 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는 올해 에너지 사업 부문에서 BESS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해외 법인들을 포함해 총 15곳의 종속기업을 새로 편입했다. 오팔 에너지 스토리지, 재스퍼 에너지 스토리지, 아틀라스 BESS 4호 등이 대표적으로, 이들 법인은 모두 미국 내 150~200㎿급 대형 BESS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전경. 한화 제공
이 가운데 오팔 에너지 스토리지는 네바다주에서 200㎿ 규모 BES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30㎸ 송전선로를 통해 현지 전력회사(NV Energy)의 변전소에 연결하는 것을 골자로, 연내 완공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다. 재스퍼 에너지 스토리지와 아틀라스 BESS 4호 법인은 각각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애리조나주에서 150㎿(600MWh) 규모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한화가 이들 법인을 종속기업으로 편입한 것은 수익성과 안정성을 갖춘 대형 BESS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ESS 사업은 프로젝트별 수익성 차이가 크지만, 대형 BESS 프로젝트의 경우 일정한 계약 구조와 운영 기간이 보장돼 안정성이 높은 편"이라며 "한화가 종속기업으로 편입한 것도 결국은 에너지 사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BESS는 배터리를 활용해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력 생산이 날씨나 시간대에 따라 불규칙해지자, 이를 보완할 대형 배터리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는 배터리로 전기를 공급하거나 남는 전기를 저장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발전소나 전력회사를 중심으로 수백㎿급 BESS 프로젝트가 늘고 있다.
㈜한화는 그동안 에너지 부문에서 태양광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종속기업을 운영해왔다. 태양광 프로젝트마다 별도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고 청산하는 방식이다. 올해도 존슨 시티 솔라, 플래토 솔라 등 태양광 프로젝트를 진행한 법인들이 사업이 종료되면서 정리됐다. 한화 관계자는 "해외 태양광 사업은 프로젝트별로 다수 법인을 설립해 사업 종료 시 자연스럽게 청산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분기 종속기업 수 증감에도 이런 구조적 요인이 일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리 대상에는 ㈜한화가 100% 지분을 보유한 포레스트 애비 에너지 스토리지도 포함됐다. 앞서 포레스트 애비 에너지 스토리지는 미국 뉴욕에서 5㎿ 규모 독립형 BESS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해당 프로젝트는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고 한화는 사업 지속성이 낮다고 판단, 결국 해당 법인을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