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영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최장기 평의를 이어가고 있다. 17일 기준으로 윤 대통령 사건은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93일째, 변론을 종결한 지 20일째다. 노무현 전 대통령 63일과 박근혜 대통령 91일을 훌쩍 넘어섰다. 그사이 도심 곳곳에서 열린 탄핵 찬반 집회는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을 금주내로 내릴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7일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경찰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고, 그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3.17 윤동주 기자
헌법재판관들은 지난달 25일 최종변론을 마친 이후 매일 평의를 열고 각자 검토한 쟁점을 토대로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선고기일은 오리무중이다. 헌재가 선고 2~3일 전 당사자들에게 일정을 통보해온 점을 고려하면 빨라야 금주 후반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구나 18일에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첫 변론이 예정돼 있다.
윤 대통령 사건에 대한 헌재의 평의가 길어지고 있는 것은 재판부가 선고 일정과 결과에 논란거리를 남기지 않기 위해 막판까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변론 일정이 너무 빡빡하고 검찰 조서 등은 증거로 채택하면 안 된다면서 헌재의 재판 진행에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 상황에서 윤 대통령 내란 혐의 형사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이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하고, 검찰은 즉시항고를 포기하는 일이 있었다. 헌재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는 26일로 예정돼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형사사건 2심 선고 이후로 헌재 선고를 미룰지도 모른다는 예상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사회적 안정을 고려한다면 헌재가 26일 예정된 이 대표의 2심 판결 결과를 지켜본 이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탄핵심판 선고가 26일 이후에 나와야 한다면서 "26일 이전에 나오면 무리한 정치적 고려, 편파와 졸속 재판의 고의가 작동한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헌재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의 세(勢) 대결 양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주말 탄핵 찬성 측은 서울 종로 일대에서 집회를 열었다.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4만2500명의 참가자가 안국동로터리부터 경복궁역까지 전 차로를 채웠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테러를 당할 수 있다는 제보로 인해 집회에 나가지 않고 있다. 탄핵 반대 측은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의 광화문 집회와 보수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의 여의도 집회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번 주 탄핵 찬반 집회는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매일 열린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탄핵 선고 일정이 잡힐 때까지 매일 저녁 7시 경복궁역 앞에서 농성한다는 계획이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이 주도하는 탄핵 반대 집회는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선고 당일 최고 비상근무 수준인 ‘갑호비상’을 발령해 전국에 기동대 337개 부대, 2만여 명을 투입할 방침이다. 또한 헌재 담장 위로 철조망을 치고 인근을 차벽으로 둘러싸는 등 만일에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