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희기자
정부와 기업의 효율적이고 적극적인 투자가 전제된다면 '한국판 딥시크'의 개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5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보증기금 서울지점에서 열린 '글로벌 AI개발 동향점검 및 대응방안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기부 제공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센터장은 5일 중소벤처기업부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최신 AI 개발 동향 점검 및 활용·확산 방안 회의'에서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하 센터장은 "딥시크 개발에 80억원이 사용됐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1회 학습비용일 뿐 그동안 실패에 따른 비용, 연구자 1명당 20억원에 달하는 인건비는 제외한 금액으로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큰 비용이 투입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 센터장은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정부와 기업의 공동 투자로 지금보다 많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한다면 충분히 유사한 수준의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GPU 1만장 비용을 지원할 테니 오픈소스 모델을 개발하라'는 식으로 개발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활석 업스테이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딥시크에 뒤처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AI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이 아직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이 GPU 1만5000장을 가지고 2년 동안 AI 개발에만 몰두한다면 딥시크 같은 모델을 개발할 수 있으므로 정부의 전략적인 투자가 긴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신정규 래블업 대표는 "정부가 경직되지 않고 모범적으로 예산을 사용하면 좋겠다"면서 "벤처캐피털의 마음으로 뒷받침해달라"고 촉구했다.
5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보증기금 서울지점에서 '글로벌 AI개발 동향점검 및 대응방안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중기부 제공
관련 법과 제도의 정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 겸 AI법학회 회장은 "중소·스타트업이 AI 모델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데이터가 가장 큰 축인데, 한국은 데이터 확보가 너무 어렵다"며 "데이터 활용 특례를 마련하고 과징금을 유예하는 등 개인 스타트업의 데이터 활용에 따른 리스크와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이 같은 지적에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주무 부처로서 딥시크의 등장은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스타트업들에 오히려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