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서율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의식한 영국 정부가 미국이 자신의 나라에서 무역 흑자를 내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근거로 사용되는 자료는 영국이 아닌 미국이 낸 통계다.
3일(현지시간)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자리하기 위해 미국의 통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은 2023년 기준 미국의 대영 무역 흑자가 145억달러(한화 21조원)라고 밝혔으며, 영국 통계청(ONS)은 같은 해 영국의 대미 무역 흑자를 890억달러(130조원)로 집계했다.
격차가 많이 나는 이유는 서비스 무역 때문이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서비스 부문에서 대영 흑자는 48억 달러(7조원)이며, 영국 통계로는 약 700억파운드(126조원) 흑자다.
상품 무역만 따지면 격차는 줄어든다. 미국 통계에서 상품 무역 흑자는 97억달러(14조원), 영국 통계에서 대미 상품 무역흑자는 30억달러(4조원)다.
차기 주미 대사로 내정된 피터 맨덜슨은 양국의 무역 수지를 고려할 때 트럼프 정부가 영국에 대해 일반 관세를 부과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통계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양국의 통계 작성 관행이 다르기 때문이다. 큰 차이는 저지 섬, 건지 섬, 맨 섬을 무역 통계에 포함하는 지 여부에 따라 생긴다. 이 세 섬은 영국의 영토가 아닌 영국 국왕 소유이자 자치령이다.
미국 경제분석국은 세 섬의 무역 통계를 영국에 포함하지만 영국 통계청은 포함하지 않는다. 일례로 저지 섬에서는 3만5000개 금융회사가 4500억파운드(812조원)의 자산을 관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