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나영기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벌어진 지 만 하루가 흐른 30일 오전 기준, 사망자 179명 가운데 141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사고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블랙박스도 발견돼 김포공항으로 이송해 분석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전 10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대응 브리핑을 열고 "오전 9시30분 현재 141명의 신원 확인이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신원 확인이 필요한 승객은 38명으로, 현재 유전자 분석과 지문 채취를 통해 절차를 밟는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검시를 마쳐 시신 인도 준비가 끝났을 때 가족들에게 추가 연락을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습한 유해는 무안공항 격납고 등에 임시로 안치했다. 유가족에게 인도할 때까지 보존을 위한 냉동설비도 마련하고 있다. 국토부는 사고원인 조사를 위해 현장을 당분간 보존하기로 했다.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7C2216편은 전날 오전 9시3분께 랜딩기어(비행기 바퀴 등 이착륙에 필요한 장치)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안공항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하다가 공항 외벽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기체 꼬리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은 완파된 채 화염에 휩싸였다. 이 사고로 승객 175명 전원과 조종사·객실 승무원 각 2명 등 179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생존자는 2명으로 기체 꼬리 부분에 있던 남녀 승무원이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 규명의 열쇠인 블랙박스 두 개는 완전히 수거됐다. 사고기의 블랙박스는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자료기록장치(FDR)'로 구성돼있다. 사고 직후 CVR 외형은 100% 찾았지만 FDR은 외형이 일부 손상된 채 회수됐었다. 그러나 간밤에 떨어져 나간 FDR까지 발견되며 일단 사고기 블랙박스 외형은 온전히 확보했다. 하지만 블랙박스의 손상 정도가 심해 데이터 다운로드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곽영필 중앙사고수습본부 상황반 소속 과장은 "밤사이 손실됐던 블랙박스까지 다 확보해 김포공항으로 이동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김포공항에 있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분석실에서 블랙박스를 해독하는 것인데, 데이터 다운로드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원인 조사는 두 장치의 기록을 비교하면서 분석해야 한다. FDR과 CVR 해독 작업이 전체 조사의 방향성과 기간을 정한다. 두 장치가 완벽히 다 있고,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만 있다면 작업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블랙박스 훼손으로 데이터 다운로드가 쉽지 않다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의 도움을 받아야 해 조사 기간이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블랙박스가 어떤 상태인지와 사고에 미친 영향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지금은 분석이 언제 끝나는지 시기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4차 회의’에서 사고원인 조사와 관련해서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조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유가족에게 알려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국토부에는 "항공기 운영체계 안전 점검을 실시하라"라고 지시했다.
최 대행은 "민생 어려움 속에 불의의 사고까지 발생해 권한대행으로서 마음이 아프다"며 "유가족을 위로하고 국민 일상을 지키기 위해 국정을 차질 없이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최 대행은 전날 사고 직후 중대본을 가동했다. 국토부 장관을 1차장으로,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을 2차장으로 구성해 신속한 피해 수습방안 마련을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