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원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26일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만큼 27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한 대행 탄핵소추안을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한 대행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 대행은 "만약 불가피하게 이러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 헌정사에서 단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관례"라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역시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에 영향을 주는 임명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헌재 결정 전에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았고 헌재 결정이 나온 뒤 임명했다"고 설명했다.
한 대행은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을 행사하기에 앞서 여야가 합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법리 해석이 엇갈리고 분열과 갈등이 극심하지만 시간을 들여 사법적 판단을 기다릴 만한 여유가 없을 때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데 그냥 임명하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이 문제는 안타깝게도 그렇게 쉽게 답을 정할 수 없다는 것이 저의 고민"이라며 "특히나 지금은 국가의 운명과 역사를 결정하는 공정한 재판이 헌법재판관에 달려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 대행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여야 정치인들을 언급하며 "다음 세대 한국인들을 위해 앞선 세대 정치인들을 뛰어넘는 슬기와 용기를 보여주길 권한대행 국무총리로서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한 대행은 "합의안을 제출하면 즉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고 말했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극명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여야 간 합의는 기대하기 힘들다.
한 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의사를 밝힌 만큼 민주당은 곧바로 한 대행 탄핵 추진에 나설 계획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국회 본회의 전 한 대행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고, 오늘 본회의에 보고한 뒤 내일 본회의에서 한덕수 탄핵안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 대행을 겨냥해 "권한대행이 아니라 내란대행임을 인정한 담화였다"며 "가장 적극적인 권한 행사인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해놓고 가장 형식적인 권한 행사인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 대행은 민주당의 탄핵 추진을 고려한 듯 이날 담화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로서 저는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가의 미래를 위해 판단할 뿐 개인의 거취나 영욕은 하등 중요하지 않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행은 "저는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로서 우리가 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동안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에 한치 흔들림이 없도록 안정된 국정운영에 전력을 다하는 것을 제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나라 전체의 미래를 위해 모든 사안을 판단할 방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