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건은 이미 상당 부분 충족했다…尹침묵에 '더 가까워진 체포영장'

회신없이 25일 출석 요구 불응
공수처 "변호인 선임계 미제출"
체포영장 발부 요건 충족 분석도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성탄절 출석’ 요구를 별다른 회신조차 없이 불응하면서 체포영장 발부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요건은 이미 상당 부분 충족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판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수처의 출석요구서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서류를 수취 거절하고 있는 2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관저 앞에 우체국 직원이 우편물을 들고 있다. 강진형 기자

26일 공수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10시까지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나와 조사받으라는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같은 날 오후 6시까지 출석을 기다렸으나 윤 대통령이 끝내 나오지 않고 변호인단에서도 입장을 내놓지 않자 조사가 무산된 것으로 판단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측으로부터 연락은 없으며 변호인 선임계도 제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지난 16일에도 윤 대통령에게 18일 조사받으라는 1차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당시에도 윤 대통령은 별도 회신 없이 응하지 않았다. 일주일 만에 이뤄진 이번 2차 출석요구까지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공수처로선 윤 대통령에게 3차 출석을 요구하거나 체포영장을 청구해야 하는 기로에 놓였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수사 기관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는 때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윤 대통령의 경우 체포영장 발부에 필요한 이 2가지 조건을 일정 부분 충족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자의 경우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주요 비상계엄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된 만큼 요건을 갖췄다고 법원이 볼 여지가 있다.

특히 후자는 2차례에 걸쳐 아무런 회신 없이 출석에 응하지 않아 객관적 요건을 갖춘 상태다. 한 로펌 소속 형사전문변호사는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라도 ‘이런 사유에서 출석하지 못하겠다, 일정을 다시 잡아달라’고 전달하는 게 보통"이라며 "수사 기관에 연락하지 않는 자체가 향후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윤 대통령 측이 수사보다는 탄핵 심판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도 향후 수사에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변호인단 구성에 관여하는 석동현 변호사는 "대통령은 이번 일은 국회가 탄핵소추를 한 만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탄핵 심판과 수사는 별개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공수처가 앞으로도 윤 대통령이 출석에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통상 체포영장을 청구할 때는 향후 구속영장 청구까지 고려하는 만큼 이는 윤 대통령 측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체포한 후 48시간 이내 구속영장을 청구해 법원에서 발부받지 못하면 석방해야 한다.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는 도주 우려가 있거나 증거 인멸 우려가 있을 때다. 그러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 위험성 등도 고려한다. 윤 대통령의 경우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는 없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나, 앞서 경찰의 대통령실 및 관저 압수수색을 경호처가 거부한 사례나 혐의의 중대성에 비춰보면 체포될 경우 구속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내란죄의 수괴와 중요 범죄자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회부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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