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주기자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성탄절 출석’ 요구를 별다른 회신조차 없이 불응하면서 체포영장 발부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요건은 이미 상당 부분 충족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판단이다.
26일 공수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10시까지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나와 조사받으라는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같은 날 오후 6시까지 출석을 기다렸으나 윤 대통령이 끝내 나오지 않고 변호인단에서도 입장을 내놓지 않자 조사가 무산된 것으로 판단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측으로부터 연락은 없으며 변호인 선임계도 제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지난 16일에도 윤 대통령에게 18일 조사받으라는 1차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당시에도 윤 대통령은 별도 회신 없이 응하지 않았다. 일주일 만에 이뤄진 이번 2차 출석요구까지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공수처로선 윤 대통령에게 3차 출석을 요구하거나 체포영장을 청구해야 하는 기로에 놓였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수사 기관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는 때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윤 대통령의 경우 체포영장 발부에 필요한 이 2가지 조건을 일정 부분 충족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자의 경우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주요 비상계엄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된 만큼 요건을 갖췄다고 법원이 볼 여지가 있다.
특히 후자는 2차례에 걸쳐 아무런 회신 없이 출석에 응하지 않아 객관적 요건을 갖춘 상태다. 한 로펌 소속 형사전문변호사는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라도 ‘이런 사유에서 출석하지 못하겠다, 일정을 다시 잡아달라’고 전달하는 게 보통"이라며 "수사 기관에 연락하지 않는 자체가 향후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윤 대통령 측이 수사보다는 탄핵 심판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도 향후 수사에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변호인단 구성에 관여하는 석동현 변호사는 "대통령은 이번 일은 국회가 탄핵소추를 한 만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탄핵 심판과 수사는 별개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공수처가 앞으로도 윤 대통령이 출석에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통상 체포영장을 청구할 때는 향후 구속영장 청구까지 고려하는 만큼 이는 윤 대통령 측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체포한 후 48시간 이내 구속영장을 청구해 법원에서 발부받지 못하면 석방해야 한다.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는 도주 우려가 있거나 증거 인멸 우려가 있을 때다. 그러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 위험성 등도 고려한다. 윤 대통령의 경우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는 없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나, 앞서 경찰의 대통령실 및 관저 압수수색을 경호처가 거부한 사례나 혐의의 중대성에 비춰보면 체포될 경우 구속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내란죄의 수괴와 중요 범죄자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