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형기자
올해 하반기 낙폭을 키우던 삼성전기의 주가가 고개를 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기가 인공지능(AI) 가속기용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및 AI 디바이스 확산에 따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급에 힘입어 내년에 긍정적인 실적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 거래일 삼성전기는 12만7000원에 마감하며 지난 9일 저점 대비 20.27% 올랐다. 올해 7월까지만 해도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다가 이후 내리 하락해 지난달 10만원선까지 밀렸으나, AI 디바이스 침투율 확대 수혜 및 AI 가속기용 FC-BGA 공급, 중국 부양책 강화에 따른 스마트폰 수요 개선 기대 등에 최근 반등하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IT 업종의 영향력이 큰 국내 증시에서 내년에 메모리 반도체보다 전기전자 섹터에서 반등이 먼저 나오면 그 중심에는 삼성전기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때 관심이 쏠렸다가 식은 반도체가 내년에 다시 주도주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국과 경쟁에 노출돼 있고 AI 반도체의 설비투자(CAPEX)가 내년에 피크 아웃 가능성이 있는 데다 레거시 메모리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삼성전자는 구조조정에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그나마 대안을 찾자면 장기간 주가가 조정을 받았던 삼성전기가 중국 경기부양, AI 관련 IT 하드웨어 발주 증가에 의해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짚었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주문형반도체(ASIC)를 제조하는 브로드컴과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엇갈린 행보가 삼성전기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과 마이크론의 상반된 실적 전망치는 향후 주도주 변화를 의미한다. 메모리 반도체 업종의 상승 시기는 예상 대비 늦어질 것으로 보이는 반면, 브로드컴은 AI향 ASIC 부문의 매출 증가와 투자 확대로 고성장할 것"이라며 "구글, 메타 등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가 브로드컴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AI 칩의 탑재를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전기의 AI향 FC-BGA 매출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외 빅테크가 AI향 가속기 및 ASIC 칩을 내재화하는 과정에서 수혜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FC-BGA와 더불어 AI 디바이스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성능 강화에 따른 MLCC 실적 성장도 기대된다. 박준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업체는 AI 기능 개선을 통해 제품 가격 인상을 합리화할 근거를 찾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AP 성능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MLCC 용량은 AP 성능 강화에 비례해 늘어난다. MLCC 탑재 용량 증가에 따른 간접적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