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전 사전답사했나' 우편함서 포착된 수상한 문자에 벌벌 떠는 日

생활고·급전 미끼로 범죄 가담자 모집
하얀 가면 강도 사건, 일본 사회 '충격'
신종 범죄에 방범용품·호신용품 매출 증가

최근 일본에서 고령자가 사는 주택 등을 노린 강도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 가운데,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유괴·감금되는 등 매우 악질적인 사안도 발생하고 있다.

22일 일본 도카이 TV는 '어둠의 알바(야미바이토)'를 활용한 가택침입 강도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야미바이토는 일본어로 어둠을 뜻하는 '야미'와 아르바이트를 의미하는 '바이토'를 조합한 신조어로, 돈이 필요한 이들을 아르바이트생 구하듯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모집해 범죄에 이용하는 것이다. 모집에 응한 이들은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지시받아 망보기, 가택침입, 장물 운반 등의 역할을 수행한 후 보수를 받는다.

일본 경시청의 경고포스터. "야미바이토는 범죄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일본 경시청

NHK의 보도를 보면, 지난 8월부터 이달 초까지 도쿄와 인근 수도권에서 발각된 야미바이토 범죄만 20건에 달한다. 지난달 2일엔 야미바이토에 나선 20대 청년들이 도쿄의 한 주택에 창문을 깨고 들이닥쳐 70대 거주자를 테이프로 묶고 현금을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10월 요코하마시에선 야미바이토 범죄단이 20만엔을 훔치기 위해 75세 남성을 살해했다.

야미바이토는 보통 최초 의뢰인부터 범죄를 총괄하는 '지시역', 소셜미디어에서 사람을 구하는 '중개역'과 직접 범죄를 실행하는 '실행역' 등 많게는 4개 이상 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이들은 보안이 철저하기로 유명한 텔레그램 같은 모바일 메신저로 보통 연락을 나누며, 서로 얼굴은커녕 실명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 한 명이 붙잡혀도 다른 가담자를 추적하기는 어렵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이 가운데, 일본 경시청이 최근 주목한 사건은 올해 8월 하순부터 11월 3일까지 도쿄와 사이타마현, 지바현, 가나가와현 등 수도권 일원에서 잇따라 발생한 연쇄 가택침입 강도 사건이다. 이같이 주택을 노린 강도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치안에 대한 일본 국민의 불안이 커졌고, 경찰 또한 경각심을 곤두세운 상태다.

일부 주택 우편함에 수상한 문자가 적혀 있는 것이 종종 포착되자, 일각선 범행 전 사전 답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실제로 도쿄도내의 한 공동주택 우편함에는 '大'라는 한자가 적혀 있는 것이 목격됐는데, 이에 대해 '대가족'이나 '대학생' 등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도카이TV는 분석했다. 도카이TV

일부 주택 우편함에 수상한 문자가 적혀 있는 것이 종종 포착되자, 일각선 범행 전 사전 답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실제로 도쿄도내의 한 공동주택 우편함에는 '大'라는 한자가 적혀 있는 것이 목격됐는데, 이에 대해 '대가족'이나 '대학생' 등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도카이TV는 분석했다. 일본 경비업체 또한 이런 범죄 관련 표시에는 남성을 뜻하는 'M', 여성을 뜻하는 'W', 1명이 거주 중인 것을 뜻하는 'S', 토·일 휴무를 뜻하는 'SS' 등이 있다고 한다.

야미바이토 범죄의 증가에 일본 경찰은 위장 수사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야미바이토를 활용하는 범죄 조직에 접근하기 위해 가공의 신분증을 만들어 제시하는 수사 방법 도입을 추진할 방침이다.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도 SNS를 활용한 강도 사건과 관련해 위장 수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일본에서 신분증 위조는 위법이지만 형법은 정당한 업무라면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현행법 범위 안에서 도입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민적 불안이 커진 만큼 방범용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의 홈센터 카인즈에 따르면, 지역 영업점인 FC코후쇼와점에서는 지난 10월 21~27일까지 일주일간 옥외용 센서 라이트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배 이상 치솟았다. 방범 필름은 2.8배, 보조 잠금장치는 2.5배, 방범 카메라는 2.2배 증가했다. 이치하라점에는 방범 대책 관련 문의가 증가하면서 지난 9월부터 방범용품 전용 판매대가 새로 마련됐다.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에 따라 방범용품 제품군도 확대되고 있다. 일반 가정집에서 활용하기 쉬운 보조 잠금장치와 방범 카메라, 유리 파손 방지용 방범 필름 등이 대표적인 방범용품으로 자리 잡았다. 정원이나 현관으로 접근하는 외부인의 발걸음 소리를 키우는 '방법 자갈' 같은 독특한 방범용품도 주목받고 있다. 가정용 방범용품 외 호신용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슈&트렌드팀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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