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기자
미국의 매파적 금리 인하와 경제 지표 호조로 강(强)달러가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이틀째 1450원대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미국의 정책금리 기조에 따라 내년 초까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0.5원 내린 1451.4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9원 내린 1450.0원에 개장한 뒤 소폭 하락했지만 다시 1450원대로 복귀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원·달러 환율은 이틀 연속 1450원대에 머물고 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7.5원 오른 1453.0원에 개장한 뒤 1450원 전후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주간 거래에서 1451.9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긴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 이후 15년9개월 만에 처음이다.
앞서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향후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을 시사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다. 이는 달러 강세로 이어지면서 원화 약세(환율 상승)를 부추겼다.
미국 경제 지표가 예상치를 웃돌며 호조를 보인 점도 달러 강세를 이끌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가 3.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발표한 잠정치(2.8%)보다 0.3%포인트 상향 조정된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인 달러인덱스(DXY)는 이틀째 108선에서 머물고 있다.
일본은행(BOJ) 또한 정책금리를 동결하면서 엔화가 약세를 보인 점도 환율 상승을 이끈 원인이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한때 158엔선을 넘보며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위안·달러 환율은 7.29위안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내년 초까지 원·달러 환율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당장 연말까지는 큰 이벤트가 없기 때문에 변동폭이 제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연말까지 큰 이벤트가 없기 때문에 1450원 초반대에서 국민연금 물량이 상승세를 제어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내년 초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 이행 상황과 Fed의 정책 기조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꾸준히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까지 환율 상단을 1480원대 후반으로 보고 있다"며 "국내의 정치적 위험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겠지만, 트럼프 관련 대외적 불확실성은 선제적으로 반영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연초 환율 상승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