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부터 탄핵까지 구원투수'…비상계엄 시장 대응 주목받은 금융위

김병환 금융위원장 금융정책실 출신
권대영·이형주 IMF 당시 재경원 사무관
현재 금융정책 라인은 '슈퍼스타'
신진창 금정국장 '작은 거인'
강영수 금정과장 '일잘러'

금융위원회가 위기 상황마다 국내 금융시장의 구원투수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금융위 고위공직자들은 외환위기 사태(1997년), 카드 대란(2003~2005년), 글로벌 경제위기(2008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2016년), 코로나19(2020년),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정국(2024년)까지 한국 경제의 비상 상황을 모두 경험한 베테랑 관료이다. 이와 함께 금융정책 라인의 맨파워가 위기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돋보인다는 평가다.

지난 4일 새벽 0시께 굳게 닫혀있던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정문이 열렸다.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한 사람들은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국장, 과장, 사무관들이다. 곧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청사로 서둘러 들어갔다. 이들은 4일 새벽 4시까지 외환시장, 유동성 상황, 증시 개장, 증시안정펀드 및 채권시장안정펀드 준비 등을 검토하고 시장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금융위는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이날 오전 7시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오전 9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시작으로 약 2주 동안 대응 방안을 내놓았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통령 탄핵까지 중장기 외국인 자금의 움직임은 크지 않았다.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에게 비상계엄 사태에도 시장이 정상적으로 열렸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적어도 국내 금융시장은 정상적인 시스템 안에서 돌아간다는 신뢰를 보여줬다는 의미다.

김병환 위원장·권대영 사무처장, IMF 당시 재경원 금융정책실 근무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금융위의 발 빠른 대응에는 장관부터 사무관까지 탄탄한 맨파워가 한몫했다. 특히 김 위원장과 1급 공무원들은 초임 사무관 시절 외환위기 사태를 직접 경험한 인물들이다. 김 위원장은 외환위기 사태 당시 재정경제원(현 기재부) 금융정책실 사무관이었다.

권대영 사무처장은 위기 상황마다 소환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1996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외화자금과 사무관으로 이동해 외환위기 사태를 수습한 막내 라인이었다. 이형주 상임위원은 1997년 재경원 경제정책국 사무관으로 근무하며 이를 지켜봤다.

전 기재부 공무원은 "김 위원장과 권대영 사무처장은 금융정책실에서 외환위기를 직접 경험하면서 하드트레이닝한 공무원"이라며 "레고랜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상계엄 등 금융시장에 이슈가 많았음에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는 금융위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2003년 카드 대란이 터질 때는 권 사무처장과 이 상임위원이 한가운데 있었다. 권 사무처장은 2000년 금융정책국 증권제도과를 거쳐 2005년 금융정책국 금융정책과 서기관으로 이동했고, 이형주 상임위원은 2003년 금융정책국 금융정책과로 자리를 옮겼다. 2003년부터 약 2년 동안 LG카드(현 신한카드) 매각, 신용불량자 구제 등을 처리했다.

2008년 글로벌 외환위기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 상황에 놓였을 때 이형주 상임위원은 금융정책국 금융정책과 서기관으로 승진해 시장 상황을 점검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금융정책과장으로서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코로나19 사태는 권 사무처장이 '코로나19뉴딜금융추진지원반장'으로 전면에 나섰다.

이윤수 상임위원은 1995년 산업자원부 항공우주산업과 행정사무관으로 근무했으나 1999년 금융감독위원회로 이동하며 경제 관료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2009년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당시 한국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최전선에서 뛰었다.

위기 발생 시 '별동대' 역할 하는 금정국…올해 금정라인 돋보여

연합뉴스

올해 금융위의 금융정책 라인업이 특히 눈에 띈다. 금융위 조직에서도 핵심 부서가 바로 금융정책과이다. 평상시에는 국내 금융정책을 총괄하며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별동대 역할을 한다. 사무처장-금융정책국장-금융정책과장-금융정책 서기관의 호흡이 유독 좋았다는 평가다.

기재부 출신 사모펀드 대표이사는 "현재 금정라인은 모두 일 잘하기로 유명한 사람들이다"며 "특히 권 사무처장은 위기 때마다 이름이 거론되는 '슈퍼스타급' 공무원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신진창 금융정책국장은 금융위 안팎에서 유명한 경제 관료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그를 '작은 거인'이라고 칭했다고 한다.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차관도 그에 대해 업무 경험도 탄탄하고, 정책 추진력도 뛰어나다고 추켜세웠다.

이와 함께 'F4 경제회의'도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F4 경제회의는 한국경제 경제팀의 주요 회의제로, 경제정책 수립과 금융시장 점검이 필요할 때 긴급하게 소집된다.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한국은행 총재가 한자리에 모여서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시장 심리 안정, 경제 구조 점검 등을 촘촘하게 논의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F4 경제팀은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수습을 위해 만들어졌는데, 위기 극복 경험 후 네 사람의 신뢰감이 두텁다"며 "증시, 채권,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 전방위를 신속하고 한 번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시장 안정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증권자본시장부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경제금융부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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