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아기자
17일 오후 3시께 서울 중구 중부시장. 시장 매대마다 주변에 전기난로가 보였다. 전기난로에 빨갛게 불이 들어왔지만,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곳의 온열기는 대부분 오래되고 낡아 보였다. 상인 김모씨(67) 옆에 틀어진 온열기도 10년 이상 된 오래된 제품.
김씨는 “여기 상인들이 다 못 해도 20~30년은 쭉 장사한 사람들이다. 온열기를 교환해야 하는데 고장 나지 않는 이상 잘 안 바꾼다”고 말했다. 상인회 관계자는 “연세가 많은 상인이 난로를 전기에 꽂아놓고 그냥 퇴근하는 경우가 많아 시장은 겨울에 가장 화재에 취약하다”며 “또 시장 2, 3층엔 창고가 많은데 그 안에 전기선이 오래돼 먼지가 앉거나 합선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대표적인 화재 취약 구역인 전통시장에 전기난로 등 난방기 사용으로 인한 화재 위험성이 높아져 주의가 요구된다.
18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통시장 및 시장 화재 발생 건수는 지난해 1~3월 45건, 4~6월 22건, 7~9월 26건, 10~12월 33건, 올해 1~3월 40건, 4~6월 27건이었다. 비교적 추운 시기에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11일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의 한 전통시장에서 불이 나 시장 내 점포 2곳이 전소되고 1곳은 부분 소실됐다. 지난 1월에는 충남 서천군의 한 전통시장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해 건물 3개 동 점포 220여개가 전소됐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상인들도 저마다 옆에 전기난로를 틀어놓고 있었다. 상인 김영주씨(60)는 “시장은 다 오픈된 구조라 종일 앉아있으면 너무 추워 의자 밑에 온열기를 켜놔야 견딜 만하다”며 “겨울엔 날도 건조하고 상인들이 전부 온열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불이 날까 봐 걱정은 된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중앙시장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상인 이모씨(65)는 “집에 가기 전에 전기코드를 뽑았는지 꼭 확인하려고 하는데 깜빡할 때가 한 번씩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일상에서 화재를 예방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보통 전통시장에선 멀티탭 같은 임시 배선으로 전기를 연결하는데, 난방기구는 전류가 많이 흐르고 임시 배선이 밖으로 노출된 상태로 있기 때문에 더욱 화재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 교수는 “임시 배선을 꼭 써야만 한다면 케이스 안에 넣어 사용하고, 과부하 차단 기능이 있는 멀티탭을 사용하길 권장한다”며 “퇴근 시에는 멀티탭 코드를 꼭 뽑고 가까운 곳에 소화기를 비치해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