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나영기자
대우건설이 일명 ‘노(老)치원’으로 불리는 ‘데이케어센터’ 사업에 진출한다. 건설업계가 내년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복지주택 사업을 필두로 시니어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 중 유일하게 데이케어센터 영역에 출사표를 던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내년에 데이케어센터 사업을 도맡는 법인을 설립하고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다. 관련 업무는 사내 신성장전략팀에서 주도하는데 현재 데이케어센터 운영 장소를 검토하는 중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라이프케어(생애돌봄)’을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했다. 이후 요양과 돌봄 서비스 사업의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데이케어센터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 도심을 중심으로 2027년까지 데이케어센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2028년부터는 시니어 서비스를 핵심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게 대우건설의 목표다.
데이케어센터는 어르신들이 낮 동안 머물며 돌봄을 받는 주간보호센터다. 주로 경증 치매나 노인성 질환이 있는 장기요양등급자나 만 75세 이상 후기고령자가 주로 이용한다. 몸이 불편해 경로당에 못 가는 어르신들이 이곳에서 치매예방활동이나 운동 같은 프로그램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노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데이케어센터도 많아져야 하는데, 시장은 아직 걸음마 상태다.
서울시의 통계를 보면 올해 10월 기준 25개 구에 있는 데이케어센터는 총 477개다. 정원은 1만5586명이다. 현재 서울시의 75세 이상 노인 인구(73만6000명)의 단 2%만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동네에 데이케어센터가 들어서면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하는데, 시설과 서비스 질을 담보해 줄 수 있는 대기업이 시장에 들어오면 이런 인식도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좋은 입지를 찾을 수 있고, 노인들의 생활방식을 고려한 설계 능력을 갖춘 건설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데이케어센터 사업 외에도 경기도 의왕에 노인복지주택인 백운호수 푸르지오 시공을 맡고 있다.
노인복지주택 사업에는 롯데건설,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한미글로벌을 포함한 다른 건설사들도 뛰어들었다.
롯데건설은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시니어 레지던스인 'VL르웨스트'를 지었다. 내년 10월 입주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다음 달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은평 시니어 레지던스' 착공을 시작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 광운대역 역세권 복합개발사업’에 ‘웰니스(건강관리) 레지던스’를 올릴 예정이다. 한미글로벌은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위례 심포니아’를 준공하고, 내년 3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건설업계가 노인주택사업에 나선 건 고령화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해서다. 보건복지부의 '2024 노인복지시설 현황'에 따르면 국내 노인복지주택은 총 40개고, 정원은 9006명이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노인인구 1000만명 시대에 노인복지주택의 정원은 1만명이 채 안 되는 게 현실"이라며 "앞으로 이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건설사들이 짓는 노인복지주택은 월세가 기본 500만~600만원에 달하는 최고급 시설이 대부분이라는 게 한계점이다. 이보다 경제력이 낮은 중산층을 위한 노인복지주택이 대중화될 필요성이 있다. 중산층 노인들을 타깃으로 하는 KB평창카운티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유복재 KB골든라이프케어 운영관리본부장은 "앞으로 기존 프리미엄 노인주택보다 더 가격대를 낮추고, 꼭 필요한 시설만 갖춘 실용적인 노인복지주택이 만들어져야 중산층 노인들도 갈 곳이 생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