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주기자
‘내란 우두머리(수괴) 윤석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마지막에 칼끝을 들이댈 대상은 동일하다. 여러 차례에 걸쳐 이뤄진 피의자·참고인 조사, 압수수색, 구속 등이 이를 방증한다. 검찰은 계엄을 건의한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을 구속하면서 이들의 혐의를 ‘내란 중요임무 종사’로 봤다. 경찰 또한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수사는 고도로 정제된 행위다. 시민 입장에서야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무장한 계엄군이 투입된 충격적인 영상만으로도 이를 지시한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지목할 수 있지만 수사로 들어간다면 행위를 입증할 객관적 진술과 실체적 물증이 뒷받침돼야 한다. 검찰과 경찰·공수처가 곧장 윤 대통령을 체포하지 않고 지시받은 군·경 관계자를 조사하고 대통령실·군부대 등을 압수수색 하는 이유다. 15일만 해도 검찰은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경찰은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긴급체포했다. 모두 윤 대통령을 향한 발판이 될 수사들이다.
그렇기에 각 주체의 ‘내 갈 길 간다’라는 식의 수사는 우려스럽다. 대통령을 향한 칼끝은 그 어느 칼보다 잘 벼려져 있어야 한다. 빠져나갈 수 없는 증거를 가지고 혐의를 입증해 국민에게 총구를 겨눈 죗값을 받게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수사 경쟁은 실체 규명에 오히려 방해를 줄 가능성만 크다. 당장 김 전 장관 신병은 검찰이 확보했는데, 그가 쓰던 휴대전화와 비화폰은 경찰의 손에 있다. 한쪽만으로는 제대로 된 수사가 불가능하다. 군부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법원에 중복 청구되는 문제도 속도가 생명인 지금 시점에선 분명한 시간 낭비다.
정작 이들 수사 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는 낮은 편이다. 대통령의 친정인 검찰은 공정 수사를 의심받고 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는 경찰 지휘부를 구속하면서 ‘셀프 수사’ 우려를 어느 정도 벗어 던졌지만 이번엔 방첩사령부와 연락한 정황이 알려져 논란이다. 공수처 또한 그간 수사력을 입증하지 못해 이처럼 굵직한 사안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비정상적인 이들의 수사 경쟁은 결국 대한변호사협회가 언급한 대로 특별검사가 임명돼 최종 정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특검 발족 전까지 수사 기관이 손을 놓고 있어야 하냐, 그건 또 아니다. 특검이 정식 발족하려면 내년 1월은 돼야 한다. 그 전에 증거를 최대한 확보해 놓아야 특검 수사 속도가 빨라진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때도 특검 출범 전 상당 부분 증거가 수집돼 있어 이후 수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이번 사태의 실체를 규명하고자 한다면 특검 전에도 서로 협력해 수사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 안 그래도 피곤한 국민들이 수사 기관의 ‘기싸움’까지 봐야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