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채은기자
첨예한 법리 다툼이 예상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최대 쟁점은 ‘12·3 비상계엄 사태’ 위법성을 입증할 증거 싸움이 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공개한 ‘체포명단 메모’ 외에는 계엄 당시 정황을 증명할 ‘스모킹 건’이 될 직접 증거가 뚜렷하지 않다. 국무회의 속기록도 찾지 못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삼청동 안가에서 받은 계엄 문서를 찢어버렸다고 했다.
진술도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회 관계자의 국회 출입을 막지 않도록 했다”, “(병력 투입은) 국회 해산, 기능 마비 복적이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국회에 출석한 군 관계자들은 “의원들을 대통령이 끌어내라고 했다”(곽종근 특전사령관), “구금시설·체포를 지시받았다”(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주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증거능력 다툼’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형사재판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 증거물 예시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의 ‘태블릿PC’나 ‘안종범 수첩’을 들 수 있다. 증거물이 수사 과정에서 적법하게 확보되고, 법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아, 유죄 입증 단서로 사용됐을 때 혐의가 입증된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 청장, 군 지휘부 간의 비화폰 확보도 마찬가지다. 비화폰은 녹음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통화 상대방과 통화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김 전 장관, 조 청장의 비화폰을 경찰이 확보한 상태다.
복수의 법조인들은 검찰 특별수사본부·공조수사본부 등 복수의 수사기관에서 동시에 수사가 이뤄지는 현 상태는 추후 공판 과정에서 증거능력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검찰의 불분명한 ‘내란죄 수사권’과 공조본(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국방부) 협업체계의 입법적 구멍은 ‘위법수집증거’로 논박돼 재판에서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검찰 특수본의 ‘내란죄 수사권’은 여전히 석연치 않다. 검찰은 직권남용(형법 제123조)과 경찰공무원 범죄 수사 개시권(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 나, 다목)을 고리로 내란죄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공판으로 갔을 때 김 전 장관 진술이나 군 관계자들이 소환 조사에서 한 발언들이 ‘적법 증거’로 채택될지 여부를 놓고 법조계 시각은 갈린다. 제21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웅 변호사는 “대통령 변호인 측은 ‘내란죄 수사권’이 불분명한 수사기관에서 받아낸 증거와 진술은 효력이 없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다른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경찰공무원 범죄를 고리로 내란죄 수사가 허용된다는 논리가 가능하다면, 수사권 범위를 제한한 것이 다 침범이 가능하다”면서 “추후 경찰공무원 관련 범죄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공판 과정에서 수사 개시 자체가 불법이 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김 전 장관 변호인 측도 이런 ‘절차적 흠결’ 문제를 파고들고 있다. 지난 14일 김 전 장관 측은 “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서 피의자를 함부로 조사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했다”며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지난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면 검찰의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해야 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공조본 수사 시 획득되는 증거 역시 절차적 결함을 안고 있다. 경찰은 검찰을 거치지 않고 영장 청구권을 가지기 위해 공수처와 협업해 ‘공조본’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경찰→검찰 수사 자료 이첩 절차는 있지만, 경찰→공수처로 이어지는 이첩은 형사소송법상 근거가 불완전하다. 한 현직 검사는 “형사절차에서 법적 근거가 없으면 유추해석이 안된다”면서 “공수처와 경찰은 ‘다리’가 없는데 서로 이첩을 하거나 공조를 할 경우 문제가 된다”고 봤다. 또 다른 부장 검사는 “규정이 없는데 공조본 협업으로 수사를 할 경우, ‘자경단’과 마찬가지가 된다. 공판 과정에서 증거능력이 상실 우려가 크다”고 했다.
국회에서 쏟아지는 자백성, 폭로성 증언들 역시 법정으로 갈 경우 효력이 달라진다. 언론보도를 포함한 국회 증언들은 모두 재판정에서 증인 채택과 반대 신문을 거쳐서 가려지는 것이어서다. 윤 대통령 측은 증거 동의와 반대 신문 보장을 강조할 수 있다. 내란죄 수사권을 가진 수사기관이 ‘진술거부권’을 공지한 상태에서 한 발언만이 유죄 입증 단서로서 적법하다는 논리를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별검사 도입을 통해서 이런 문제들이 조속히 정리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검 법률안에 ‘공조본, 검찰의 수사 자료를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관련 규정을 정비해, 증거 자료 보전과 위법수집증거가 추후 공판에서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검이 자료를 이첩해간다고 하더라도 내란죄 수사권이 불분명한 상태로 수사와 체포가 이뤄지면 모든 증거가 무위가 된다. 증거보전신청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