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취재본부 민찬기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는 날까지 광장을 지키겠습니다."
11일 오후 7시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이날 광장에는 광주전남촛불행동이 개최한 광주시민 궐기대회에 참여하기 위한 학생과 가족, 친구 등 시민 1,000여명이 북적였다.
시민들은 광장에 설치된 무대 앞에 간이 방석을 깔고 앉았고, 손에는 환하게 빛을 뿜는 응원봉과 '윤석열 즉각 퇴진', '국민의힘 해체'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궐기대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진행된 사전공연에선 출연자가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개사 노래 '탄핵벨', '탄핵이 답이다' 등을 불렀고, 시민들은 응원봉과 피켓을 흔들며 호응했다. 이날 집회에는 학생들이 K팝 응원봉과 신조어를 활용해 직접 만든 피켓이 눈에 띄었다.
한 학생은 "응원봉이 눈에 띄기도 하지만 촛불을 대신하는 비폭력과 연대의 상징이라 생각했다"며 "응원봉과 K팝 대중가요를 개사한 노래가 진입장벽을 낮췄고, 또래 친구들과 매번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광장 한쪽에는 시민들의 추위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핫팩과 간식 등이 준비돼 있었다. 이날 간식은 한 시민이 '학생들이 배고플 테니 우선 나눠주길 부탁한다'며 촛불행동에 제공했는데, 이를 본 시민들도 '학생들이 우선이다'며 주변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한 시민은 지나가는 학생에게 "나와줘서 너무 고맙다. 배고플 텐데 간식이라도 먹고 가라"며 서로 챙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현수(50) 씨도 추운 날씨에 나온 참석자들을 위해 따뜻한 커피를 500잔을 무료로 제공했다. 전날부터 무료 커피 봉사를 하고 있다는 김 씨는 "많은 시민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 탄핵을 위해 광장에 모여들었는데,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었다"며 "퇴근 후 피곤한 상태로 궐기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위해 커피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궐기대회는 '노래자랑' 형식으로 진행돼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참가자들이 부른 노래들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며 대중가요들을 직접 개사한 노래로, 시민 3명이 참여했다.
한 참가자는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국가를 위해 자발적으로 집회에 나오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탄핵당하길 간절히 바라고, 시민들의 응원을 북돋아 주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위경종 윤석열정권퇴진 광주비상행동 공동대표는 "이번 주 내 5·18민주광장에서 진행되는 집회는 시민들의 요청으로 진행되는 데 의의가 있다"며 "'나만의 피켓시위', '노래자랑' 등은 모두 시민들의 아이디어로 계획하고 진행된 것이다. 청년과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아이디어가 모이고 형식적인 집회의 틀을 깼다"고 설명했다.
현 시국에 대한 역사적인 교육을 위해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들도 있었다.
서구 광천동에서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퇴근 후 곧장 9살, 7살짜리 두 자녀와 왔다는 박모(37·여) 씨는 "월요일부터 홀로 집회에 참여했었는데, 이번 주에 탄핵안이 가결된다면 오늘 집회가 중대한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라 느껴서 아이들을 데리고 오게 됐다"며 "집회나 뉴스 등 아이에게 한 장면이라도 기억에 남는다면 교육이 될 것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민 시국성회는 국회의 탄핵안 2차 표결을 하루 앞둔 오는 13일까지 매일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