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잠룡 오세훈 '국민의 지혜 모으는 일 시작하겠다'(종합)

긴급 브리핑 갖고 "민주주의 파괴 행위 책임 물어야"
이재명 대표에게도 직격탄 "방탄 국회가 가장 큰 원인"
국가운영 구조에 대한 재점검 예고… "해법 고민할 것"

차기 대권 잠룡으로 평가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당의 중진으로서 이번 사태의 추후 해법에 대한 고민과 함께 국민의 지혜를 모으는 일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민주주의의 본령을 거스른 행위"라고 규정하며 철저한 조사까지 촉구한 만큼 향후 오 시장의 정치적 보폭이 넓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4일 오후 오 시장은 서울시청에 긴급 브리핑을 갖고 비상계엄 선포·해제와 관련해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대한민국 역사 발전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행태였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연합뉴스

특히 오 시장은 비상계엄 선포 후 계엄군의 국회 진입 과정을 "삼권분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국회에 따르면 국방부는 전날 밤 11시 48분부터 4일 오전 1시 18분까지 24차례 헬기를 동원해 무장한 계엄군 230여명을 국회 경내에 진입시켰고 이와 별도로 계엄군 50여명이 추가로 국회 담장을 넘어 경내에 들어갔다. 정치권에서는 국회에 대통령실의 계엄선포 통고가 이뤄지지 않는 점을 문제 삼아 "대통령실이 법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상황이다.

오 시장 역시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가담한 자들에게 분명한 책임을 물어 민주주의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책임을 확인하겠다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 등 야 6당은 공동 발의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탄핵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야당 의원 191명 전원이 참여했다. 야 6당은 5일 본회의 보고를 거쳐 이르면 6일 늦어도 7일까지 탄핵안 표결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도 원인이 있다고 언급했다. "헌정사의 불행한 사태가 반복되는 데 대한 국민적 우려가 있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위한 행정 및 사법 탄핵의 극단적 '방탄 국회'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사실에 비춰볼 때 차제에 국가운영 구조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여당 중진으로 이 사태에 대한 추후 해법에 대해 고민하고, 국민의 지혜를 모으는 일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권 행보를 묻는 말에 '시정 운영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던 오 시장은 향후 정치권 인사들과 접촉을 늘리거나 좀 더 공격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브리핑에 함께 한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 역시 오 시장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장과 여당 중진으로서 현 사태에 관련된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며 "추가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서 오 시장은 전날 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에도 "계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오 시장은 계엄선포가 내려지자 행정1부시장, 행정2부시장, 정무부시장을 포함한 시장단과 기조실장, 대변인 등과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민생, 물가, 유통, 교통 등 시민 일상생활에 변화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4~11일로 예정됐던 오 시장의 인도·말레이시아 출장 역시 계엄령 선포를 이유로 취소했다.

사회부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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