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철강 생산 감소폭 '주요국 2위'…'코로나 때보다 최악'

전쟁 중인 러시아 생산 6.8% 감소로 1위
'설비·공장 폐쇄' 대응… 관세 부과 여부 촉각

올해 한국 조강 생산량이 202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6대 철강 생산국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낙폭을 보였다. "코로나 위기 때 보다 안 좋다"는 한국 철강산업의 앓는 소리가 통계로도 확인됐다는 평가다.

4일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우리나라 조강생산량은 5310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했다. 세계 조강 생산량은 같은 기간 15억4730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줄었는데,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더 큰 타격을 입은 셈이다. 현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올해 우리나라 조강 생산량은 6000만t 초반대로 예상된다. 코로나 팬데믹 후 최근 5년간 가장 적은 물량이다.

가장 크게 생산량이 줄어든 나라는 러시아(6.8%)였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이라는 비상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철강 강대국인 일본은 3.7% 줄었고 미국은 1.9% 감소에 그쳤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조강 생산량도 전년도보다 3.0% 감소하면서 8507만t에 그쳤다. 중국은 자국 내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 등으로 철강 내수 수요가 위축되자 가동률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신 남는 물량을 수출로 밀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세계 생산량 2위인 인도(5.6%)는 성장 잠재력이 큰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독일(5.0%), 터키(12.4%) 등도 생산량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7140만t에 달했던 국내 조강 생산량은 코로나가 확산한 2020년 6710만t으로 크게 줄었다. 이듬해 코로나 특수로 다시 7000만t대를 회복했다가 다시 2022년 6590만t, 2023년 6670만t 수준을 유지해왔다.

▲현대제철의 제3고로.[사진=아시아경제DB]

국내 철강업체들은 중국의 물량 공세에 생산량 조절과 비핵심 설비·공장 폐쇄로 대응하고 있지만,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는 지난 7월 포항 1제강공장에 이어 지난달에 포항 1선재공장을 폐쇄했다. 앞으로 저가 제품 생산을 줄이면서 자동차용 고강도 볼트나 스프링강, 베어링강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선재 생산을 조정할 방침이다.

현대제철도 최근 포항 2공장 폐쇄를 결정했으나 이후 노사 협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직원에 대한 고용보장 및 전환배치를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노동자 측에서는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결정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이 공장에는 정규직 260명 등 400여명이 근무 중이다. 또 사업재편을 위해 자회사인 현대IFC, 현대스틸파이프 등이 매물로 언급되고 있다.

철강업계는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정부의 덤핑방지 관세 부과 여부에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저가 후판(두께 6㎜ 이상 두꺼운 철판)에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월 산업피해 조사에 착수, 내년 1월 예비판정을 통해 잠정 덤핑방지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산업IT부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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