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삼성전자 주주들의 눈물과 상법개정안

자본시장 활성화 퇴보에 실망
외인투자자 떠나며 주가 폭락
이사회 주주 충실의무 강화
상법 개정하면 증시 살아날 것

올해 상반기, 필자는 올해가 대한민국 자본시장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해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한국거래소 개장식에서 대통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이사회의 충실의무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을 약속했다. 이후 금융위원장이나 경제부총리 역시 상법개정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정부 주도의 밸류업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과거 자본시장 활성화에 소극적이었던 경제 주무 부서에서 앞장섰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지만 이제 더 자본시장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조성됐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 희망은 필자만 가진 것이 아니었다. 국내주식 거버넌스 문제에 특히 민감한 외국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 보유 수를 7월11일까지 약 1억5000만주 순매수하며 8만원 후반대까지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하지만 기다리던 상법개정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상반기에 정부나 여당 주도로 상법개정안이 입법화되리라 기대하고 있었던 시장은 뜨거운 여름철이 돼도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외국인투자자들이 11월 말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약 3억주 투매했고 주가는 폭락했다. 필자를 만나는 사람마다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화두로 삼았다. 그들은 분노와 슬픔, 후회와 공포를 토로했다.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그 어려운 IT 용어들을 술술 읊으며 삼성전자 분석을 하고 있었지만 왜 외국인투자자들이 그렇게 주식을 매도하는지 영문을 모르고 있었다.

연말이 다가오자 기다리다 못한 야당에서 상법개정안을 당론으로 삼고 강하게 추진한다고 한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과거 거버넌스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차례 상법이나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려 했던 노력이 대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들의 강한 반대로 무산되고 개악됐던 악몽이 떠오른다. 아니나 다를까 16개 그룹 사장단에서 성명을 발표하며 상법개정을 강하게 반대했다. 기다렸다는 듯 경제 주무 부서와 여당 인사들이 불과 얼마 전까지 피력했던 상법개정 추진 의사를 뒤집기 시작했다. 왜 이 중요한 경제법안이 또다시 여당 야당 갈라서기화가 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항상 그랬듯이 그들이 반대의 이유로 내어놓는 첫째 레퍼토리는 소송이 남발돼 회사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상법이 개정돼도 주주의 이익을 앗아가는 불법행위들을 계속하겠다는 뜻일까? 개정 후 이사회는 주주를 대신해 경영진의 불법행위를 감시하는 본연의 역할을 할 것이고 따라서 소송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한다. 둘째 레퍼토리는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으로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영권을 주주들의 이익을 빼먹을 수 있는 무슨 권리금처럼 생각한다면 이런 걱정을 할 만도 하다. 하지만 대주주라도 회사를 잘 경영하고 주주환원을 게을리하지 않아 주가가 크게 저평가돼 있지 않다면 많은 주주가 대주주의 편이 돼 주기 때문에 그럴 걱정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단언컨대 상법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외국인 매수세는 다시 시작될 것이고 삼성전자를 위시한 국내주식 가격들은 상승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자본시장에 뭉칫돈들이 흘러 들어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크게 해소할 것이다. 자본시장의 활성화로 상당한 경제부양효과도 얻을 것이다. 정부와 16개 그룹 대주주들에게 호소해본다. 더 주위 주주들의 눈물을 지켜보는 것이 필자는 너무 힘들다고. 이들의 눈물을 닦아내는 것은 당신들의 의무라고.

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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