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한 개 86억 주고 산 사업가 파격 제안…'10만개 팔아줄게'

카텔란 설치미술작 '코미디언' 낙찰자
"노점상 돕기위해 3500만원어치 구입"

'테이프로 벽에 붙인 바나나'로 유명한 설치미술 작품 '코미디언'을 낙찰받은 사업가가 작품 원재료인 25센트(350원)짜리 바나나를 판매한 과일 노점상에게 감사의 뜻으로 "바나나 10만개를 사드리겠다"고 밝혔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해당 작품을 지난 20일에 낙찰받은 중국 출신 암호화폐 사업가 저스틴 선이 한 주가량 지난 후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선은 "샤 알람에 감사하기 위해서"라며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있는 매대에서 바나나 10만개를 사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바나나들은 그(샤 알람)의 매대를 통해 전 세계에 무료로 나눠질 예정"이라면서 "유효한 신분증을 제시하고 바나나 1개를 받아 가면 된다. 단, 재고 소진 시까지"라고 적었다.

지난해 서울 용산 리움미술관에 전시된 마우리치오 카텔란 '코미디언'. 연합뉴스

설치미술 문제작 '코미디언'은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이다. '코미디언'은 하얀 벽면에 강력 접착테이프를 이용해 바나나를 붙여 놓은 작품으로, 카텔란이 2019년 미국 마이애미 아트페어에서 처음 선보였다. 해당 작품은 미술 시장의 현실을 조롱하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해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마우리치오의 개인전에서는 한 대학생 관람객이 작품인 줄 모르고 벽에 붙은 바나나를 먹어 큰 화제가 됐다.

저스틴 선은 이 작품을 620만 달러(86억5000만 원)에 낙찰받았다. 그의 의도는 "2만5000달러(3500만원)를 해당 노점상에게 주고 바나나 10만개를 미리 사놓을 테니, 누구나 이 매대를 방문하면 바나나를 하나씩 받아 갈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해당 매대는 작품 '코미디언'이 경매된 소더비 뉴욕 경매소 근방에 있다.

"바나나 10만개를 팔아주겠다"고 공언한 저스틴 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저스틴 선 엑스(옛 트위터)

하지만 선의 의도와 달리 이 제안은 실제 노점상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올해 74세인 샤 알람과 만나 그의 입장을 들어봤다. 먼저 그는 노점 주인이 아닌 시급 12달러(1만7000원)를 받고 하루 12시간씩 일하는 교대 근무자다.

그는 "바나나 팔아서는 이익이 안 난다"고 말했다. 바나나 10만개를 청과 도매시장에서 확보하려면 많은 돈이 드는 데다 100개 단위 박스로 들고 오려면 운반 또한 쉽지 않다. 바나나 10만개를 다 팔더라도 남는 이익은 6000달러(840만원)에 불과하다. 또 자신이 노점 주인이 아닌 탓에 그 돈을 챙길 수도 없다.

'라나'라는 이름을 쓰는 노점 주인 모하마드 이슬람(53)은 NYT와의 통화에서 "이익이 나면 샤 알람을 비롯해 자신이 운영하는 과일 노점 매대 2곳에서 일하는 근로자 7명과 나눠 가지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바나나 10만개를 사주겠다는 제안을 아직 받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슈&트렌드팀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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